'108년 묵은 우승 恨' 시카고는 지금 축제 중

기사입력 2016-10-24 14:01


컵스팬들이 23일(한국시각)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후 리글리필드 밖에 모여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 = News1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확정 후 기뻐하는 팬들. ⓒAFPBBNews = News1

시카고 시내를 가득 메운 컵스 팬들. ⓒAFPBBNews = News1

71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 이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시들해 NBA(미국프로농구)에도 밀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월드시리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두고 열기가 대단히 뜨겁다.

컵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홈 리글리필드에서 LA 다저스를 5대0으로 꺾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승2패. 1승2패에서 내리 3연승을 거두며 클레이튼 커쇼가 지키는 다저스를 제압했다. 컵스는 홈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71년 만에 밟아보는 월드시리즈 무대다. 가장 최근 진출이 1945년이었다. 한국이 일제로부터 광복했던 바로 그 해다.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맞붙었던 컵스는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무려 70년 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 우승이 1908년. 지금으로부터 108년 전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년이 넘도록 우승하지 못한 팀. 이렇다 보니 컵스의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조차 직접 본 팬들이 많지 않다.

'염소의 저주'를 풀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염소의 저주'는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1945년에 컵스의 열혈팬이었던 윌리엄 시아니스가 '머피'라는 이름의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 필드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시아니스는 염소에게 냄새가 난다는 다른 관중들의 불평 때문에 야구장에서 쫓겨난 후 "컵스는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우승에 목마른 컵스팬들은 염소가 그려진 티셔츠에 '나는 염소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쓰기도 한다.

월드시리즈 진출만으로도 시카고 시내는 축제 분위기다. 시카고 대표 언론사인 '시카고트리뷴'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서는 연일 시카고의 축제 분위기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됐던 23일에는 경기가 끝나고 밤늦도록 집에 귀가하지 않은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도심의 고층 빌딩들은 컵스를 상징하는 푸른색, 붉은색 조명을 쏘거나 'GO CUBS GO(컵스의 승전가 제목)'를 빌딩 전체에 수놓으면서 함께 축하했다.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월드시리즈 1,2차전은 클리블랜드 홈에서, 3~5차전은 컵스 홈에서 열린다. 시카고에서 열릴 3~5차전 티켓은 장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며 몸값이 뛰었다. 24일 ESPN은 "클리블랜드 홈에서 열릴 7차전 덕아웃 바로 뒤 첫 번째 줄 좌석 티켓은 4장에 9만8000만 달러(약 1억1120만원)에 팔렸고, 컵스 홈에서 열릴 3~5차전 티켓 평균 가격은 3000달러(약 34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 암표상의 경우 더 비싸게 되팔 가능성도 크다.


컵스가 넘어야 할 '벽' 클리블랜드도 우승에 목 마른 팀이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컵스만큼은 아니어도 만만치 않게 오래됐다.

저주와 저주가 맞붙는 월드시리즈 1차전은 오는 26일부터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시작된다. 만약 컵스가 108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시카고는 야구팬 열기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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