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주전포수 양의지', 두산 왕조의 출발점

기사입력 2016-11-03 01:01


두산이 2016 KBO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V5를 달성했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7대1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은 NC를 상대로 4연승을 기록하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 MVP를 차지한 양의지가 자동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02/

두산이 2016 KBO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V5를 달성했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7대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은 NC를 상대로 4연승을 기록하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를 확정 지은 후 두산 이용찬이 양의지와 기뻐하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1.02.

2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렸다. 9회초 두산 오재원이 우중월 3점 홈런을 친 후 양의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1.02.

약 2년 전입니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취임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남을 가진 자리. 사령탑은 처음인 김 감독의 야구가 궁금했습니다.

2013년 두산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 혈투를 벌였습니다. 아깝게 패한 이듬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여러모로 선수단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때입니다.

김 감독은 '무한 경쟁'을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시 두산은 베테랑과 중견, 신예 등 선수층이 매우 두터웠습니다. 투수력은 살짝 부족했지만, 야수는 많았습니다. 잠재력 높은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선수단의 어지러운 분위기라는 내적 변수, 선수층이 풍부한 객관적 변수를 고려하면 주전의 '무한 경쟁'은 합리적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사실상 주전은 김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상태였습니다. 전지훈련을 통해 약간의 옥석 가리기만이 필요했습니다. 일부러 좀 더 경쟁적인 상황에 넣고 싶었던 포석이었습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습니다. 그는 "양의지는 무조건 주전 포수로 쓸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약간의 의외성이 있었습니다. 2013년, 2014년 양의지는 허리 부상이 있었지요. 팀내 비중이 살짝 줄어들던 시기였습니다. 대신 2013년부터 백업포수 최재훈의 출전비중을 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포수로서 능력, 즉 투수 리드와 타격능력에서 양의지는 리그 최상급임을 의심할 수 없는 포수였습니다. 양의지에게는 의미없는 경쟁보다는 주전에 대한 책임감이 더 필요했다고 느낀 것입니다.


확실히 양의지는 특출했습니다.

2014년 2할9푼4리, 10홈런, 2015년 3할2푼6리, 20홈런. 골든글러브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2014년에 97경기만을 출전, 살짝 민망한 골든글러브였다면, 2015년에는 완벽한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이제, 3연패가 유력하네요.

그는 '반전의 매력'이 있습니다. 어그적어그적 걷는 폼, 설렁설렁 뛰는 듯한 폼,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고 깨끗해서 약간 성의가 부족한 듯한 스윙.

겉 모습은 뭔가 2% 어설퍼 보이지만, 그에게는 지독한 승부근성과 '알파고'를 담은 듯한 두뇌회전이 있습니다.


2016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2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무사 1루 NC 모창민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교체되는 두산 유희관이 모자챙에 올려놓은 공을 양의지의 글러브로 떨어뜨리고 있다. 마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02/
승부근성. 지난해 한국시리즈 기억나십니까. 그는 발가락이 부러진 상황에서도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결국 안방자리를 사수했습니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진짜 아파 죽겠어요"라고 웃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두뇌회전. 그의 포수 리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우덴은 양의지의 포수 리드에 대해 "특유의 본능(instint)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올해 한국시리즈의 화두는 두산 선발진의 하이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워낙 적재적소에 요구한 하이 패스트볼에 NC의 중심타선이 '멘붕'에 걸린 것을 야구팬은 4경기를 통해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

'영업 비밀'이라 인색한 볼 배합에 대한 설명이지만, 특정한 경기 복기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눈'으로 설명하는 그입니다. 덕아웃에서는 한없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하기 때문에 더욱 무서워 보입니다. 양의지는 이번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1홈런-4타점의 맹활약을 했지요. 시리즈 MVP도 그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제 '두산 왕조'라 부를만 합니다. 내년에도 이변이 없는 한 두산이 우승후보로 꼽히겠지요.

딱 2년 전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가 주전 포수"라고 확언하던 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두산 왕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MVP 축하합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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