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감독 인터뷰]①"현역 복귀? 돈 싸들고 와도 안한다"

최종수정 2016-11-17 18:29
2년 전 한화 이글스 감독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김응용 감독이 야구학교 유소년팀 총감독을 맡았다. 분당=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2016.11.17/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 분당=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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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고민했다. '감독'으로 불러야할까, '사장'으로 해야할까. 사회 통념상 가장 높았던 직급, 마지막 직위를 쓴다. 그런데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75)은 명쾌하게 정리했다. "사장은 딱 6년 했다. 오래한 걸로 해야지. 감독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1972년 실업야구 한일은행 감독부터 시작해 국가대표팀,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지냈다. 해태 감독 18년, 삼성 감독 4년, 한화 감독 2년. 프로 감독만 무려 24년이다. 이쯤되면 '감독이 직업'이라고 할만 하다. 해태를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파란색 삼성 유니폼 입고 또 1차례 정상을 밟았다.

프로 시절 김 감독에겐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덕아웃의 '절대 권력' 앞에서 선수는 물론, 구단까지 쩔쩔맸다. 한화 시절 마지막 2년간은 조금 달랐다고 해도, 올드팬 기억속의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 하다가 퇴장당하고, 덕아웃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무서운 호랑이'이다. 70대 중반의 '전설'이 이제 손자뻘 아이들과 함께 한다. 유소년 야구 육성에 나선 야구학교 팀 블루 팬더스의 총감독을 맡았다. 감독-사장-감독을 거쳐 어린이 야구단 총감독으로 야구와 인연을 이어간다.

지난 14일 성남시 분당 투아이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웃집 할아버지 자주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치열했던 승부 세계를 떠난 그는 편안해 보였다. "50년 가까이 전쟁치르듯 살다가, 책임을 내려놓으니 살 것 같다"고 했다. 70대 김성근 한화 감독, 김인식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은 현역으로 있지만, 김 감독은 "돈 싸들고 와서 감독 해달라고 해도 안 한다. 마지막 2년간 한화 감독 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의욕상실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총감독직을 제안받고 먼저 급여없이 무보수로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독, 사장하면서 한 번도 계약금이고 연봉이고 구단에 얼마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주는 대로 받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진짜 프로가 아니었어"며 또 웃었다.





-감독, 사장으로 많은 것을 이뤘는데, 아쉬움이 있나요.


즐기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웃음) 요즘이 제일 즐거워. 책임질 일이 없으니까. 그 때는 아이고…. 미국처럼 경기를 즐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지.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끝나면 바로 다음날부터 한달간 어디가서 다 잊어버리고 쉬다가 왔지. 휴식 끝나고 나면 그날 밤부터 내년 전력 생각하느라 머리를 싸맸지. 그러니 무슨 여유가 있었겠어. 70살 넘게 왜 그렇게 살았나 싶어.(웃음) 후회가 많이 돼. 얼마전에 멕시코청소년대회 단장으로 갔었는데, 감독과 코치한테 결과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는 얘기를 해줬지.

-김성근 한화 감독이 유임됐고,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습니다.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장 복귀 생각이 있나요.

어휴, 돈 싸들고 와서 해달라고 해도 안 해. 한화 시절 2년간 인생공부 많이 했지. 해태, 삼성 때는 전권을 쥐고 했었어. 트레이드고 뭐고 내 뜻대로 했어요. 인복이 많았지. 그런데 한화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더라고. 제약이 많았어. 거기서 많이 배웠고. 야구라는 게 오늘 이기면 내일 지기도 하고 그런건 줄 알았는데, 진이 빠지더라고.(웃음) 김인식 감독은 프로 감독 의향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의욕 상실이야. 힘들어.

'2015 카스포인트 어워즈'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2015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는 2015 KBO 리그 성적을 토대로 시상하는 카스포인트 대상과 최고의 명장면을 선정하는 올해의 카스모멘트 수상자가 결정된다. 레전드상을 수상한 김응용 감독이 구본능 총재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내받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5.12.07

-프로에선 '혹사'가 '투혼'으로 미화될 때가 있습니다. 혹사 논란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프로 정도 되면 자기 몸은 자기가 관리해야지. 끝나고 나서 혹사당했다고 하면 뭐해. 선수 올해만 할 게 아니라면, 아파서 못 던지겠다, 도저히 안 된다고 얘기해야지. 코치 역할이 중요해요. 전달을 잘 해야 합니다. 선수 몸 상태를 잘 알아서, 투구수 보고 무리가 왔다 싶으면 감독한테 애기를 해줘야 해.

-프로야구가 올해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자립이 가능한 유일한 종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버섯처럼 승부조작, 불법베팅 사건이 터졌지요.

선수 본인도 본인이지만, 선배들 책임이 커요. 경기 전 한두시간 전에 미팅해 인성교육, 하면 안된다고 교육을 시켜야지. 선수들이 죄의식을 못 느껴. 팬이라고, 잘 한다고 하면서 용돈 얼마 주고, 밥 사주고 그러다가, 1번 타자 볼넷으로 내보내달라는 부탁하면, 별 생각없이 해주는 거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다음 타자 잡으면 되지, 병살타 처리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해. 징계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영구제명시키고, 구단에도 과감하게 책임을 물어야지. 승부조작에 가담하면 선수 자신뿐 아니라 전체 프로야구가 망가진다는 걸 생각해야지. 딴거 없어. 대만 봐요. 승부조작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잖아. 10개팀이 관중 800만명 했다고 자랑하면 안돼. 1000만명, 2000만명이 돼야 자립이 가능한 거 아닌가.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해태, 현대, SK, 삼성을 거쳐 두산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한 시대를 지배한 '왕조', 강팀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두산 정도면 몇 년은 갈 것 같은데…. 우리나라 실정에선 스카우트, 육성이 중요해요. 장래성 있는 선수를 뽑아 키워야 하는데, 두산이나 넥센이 이걸 참 잘 하고 있어. 메이저리그는 돈만 왕창 써 선수 사오면 되지만, 우리는 자원이 뻔하잖아. 돈만 갖고는 안 돼요. 해태 시절에는 지역연고제
2015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18일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렸다. 경기 전 김응용 전 감독이 김성근 감독과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2015 올스타전은 팬사인회와 번트왕 선발대회등 다채로운 식전행사에 이어 드림올스타(삼성, SK, 두산, 롯데, kt)와 나눔올스타 (넥센, NC, LG, KIA, 한화)의 경기로 펼쳐진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7.18.

라서 좋은 인재가 많았어요. 지금과는 시스템이 달랐지.

-올해는 3할 타자가 30명 넘게 나왔는데요, '타고투저'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심판들이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을 보고 많이 연구해야 해. 너무 좁잖아. 피처들이 불쌍하지, 불쌍해. 심판들이 들으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래요. 지금 스트라이트존은 투수 죽이는 거라고.

-몇 년전부터 'FA 거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KBO리그 구단 존폐를 걱정하고 있지요.

경기인 출신에서 보면 좋은 현상이지만, 프로 구단이 잘 생각해야지. 프로야구는 이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흑자나는 게 최고 아닌가. 우승도 좋지만 어떻게 하면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해야지. 최소한 전체 경기당 평균관중이 2만명은 돼야 하는데, 계속 적자잖아요. 몸값이 폭등한다고 하면 선수들이 안 좋아하겠지만, 경계해야지. 흑자구단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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