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불혹에 이른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가 오프시즌 들어 연일 뉴스로 부각되고 있다. LG 트윈스 이병규(42), 두산 베어스 홍성흔(39), KIA 타이거즈 김병현(37)은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종용받거나 방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어한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구단과 선수간 가장 큰 시각차는 기량이다. 기회만 주면 후배들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는 선수와 달리 구단은 같은 실력이면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키우기를 원한다. '구단을 이기는 선수는 없다'는 냉정한 현실에서 현역 연장의 소망을 이뤄야 하는 선수들에게 겨울은 춥기만 하다.
올시즌 10개팀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7.4세였다. 지난해 27.5세와 비슷하다.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 연령은 선수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보편적인 나이라고 보면 된다. 야구 인생에서 40세는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났을 시점이다. 존경을 받는 한편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올시즌 27홈런과 118타점을 때린 불혹의 이승엽은 전자의 경우라 하겠다.
역대 최고령 현역 기록은 2009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송진우(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42세 11개월 15일이다. 1974년 5월 13일생인 최영필이 내년 시즌 마지막까지 던진다 해도 송진우의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
콜론, 디키와 달리 영예로운 은퇴를 결심한 선수도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 데이빗 오티스(41)는 올시즌 시작 전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151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38홈런, 127타점을 때린 최정상급 선수의 은퇴가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오티스와 동갑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약물 스캔들로 이미 팬심을 잃은 로드리게스는 올시즌 65경기에서 타율 2할을 치는데 그쳤다. 조 지라디 감독과 마음이 틀어져 지난 8월 방출된 뒤 은퇴를 결정했다.
|
올시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8.4세로 KBO리그보다 한 살 정도 많았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긴 것은 아니다. 올시즌 KBO리그의 40세 이상의 비율은 616명 가운데 8명으로 1.3%였다. 메이저리그의 40세 이상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선수 생활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는 경향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약한 것 같다. 연봉 수준과 경쟁 시스템 때문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아 이미 벌만큼 번 선수들은 굳이 고생스러운 현역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또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피말리는 경쟁 분위기에 익숙한 선수들은 우후죽순 성장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현실에 강력 저항하지 않는다. 경쟁의 결과가 초라할 공산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우선주의 문화도 이유로 꼽힌다. 나이 든 선수를 내치는 것은 비즈니스의 일부이며, 선수 또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올해 40세 이상의 비율은 전체 833명 가운데 12명으로 1.4%였다. 이 가운데 1973년생으로 최고령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투수 미우라 다이스케는 은퇴를 선언했다. 1974년생인 지바 롯데 마린스 내야수 이구치 다다히토와 주니치 드래곤즈 투수 이와세 히토키가 내년에는 최고령 선수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올시즌 평균 연령은 26.4세로 지난해 27.1세보다 0.7세 젊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말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올해 평균 연령이 줄었다고 해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