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말해야 하는 40대, 그들은 고민한다

기사입력 2016-11-17 18:32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은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40세의 나이에 27홈런 118타점을 때렸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불혹에 이른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가 오프시즌 들어 연일 뉴스로 부각되고 있다. LG 트윈스 이병규(42), 두산 베어스 홍성흔(39), KIA 타이거즈 김병현(37)은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종용받거나 방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어한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구단과 선수간 가장 큰 시각차는 기량이다. 기회만 주면 후배들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는 선수와 달리 구단은 같은 실력이면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키우기를 원한다. '구단을 이기는 선수는 없다'는 냉정한 현실에서 현역 연장의 소망을 이뤄야 하는 선수들에게 겨울은 춥기만 하다.

프로야구에서 40세는 환갑의 나이로 취급받는다. 웬만한 코치와는 친구 사이고 본인이 선배인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환호가 쏟아지는 경우는 딱 하나다. '잘 했을 때' 뿐이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기량이 별로이고 팀 공헌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면 은퇴를 반강제할 수밖에 없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40세 이상의 선수는 8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후배들 못지 않은 활약과 열정을 보여준 KIA 최영필(42), NC 다이노스 이호준,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KIA 임창용, 한화 박정진(이상 40) 등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들은 "내년에도 팀을 위해 땀을 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한화 포수 조인성(41)도 지난해 2년짜리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해 내년에도 마스크를 쓴다. 반면 한화의 40세 내야수 권용관은 올시즌 막판 웨이버 공시된 상태로 원하는 팀이 없을 경우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8명 중 한 명인 이병규에 대해 LG는 내년 시즌 전력 외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올시즌 10개팀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7.4세였다. 지난해 27.5세와 비슷하다.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 연령은 선수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보편적인 나이라고 보면 된다. 야구 인생에서 40세는 전성기를 지나도 한참 지났을 시점이다. 존경을 받는 한편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올시즌 27홈런과 118타점을 때린 불혹의 이승엽은 전자의 경우라 하겠다.

역대 최고령 현역 기록은 2009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송진우(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42세 11개월 15일이다. 1974년 5월 13일생인 최영필이 내년 시즌 마지막까지 던진다 해도 송진우의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LG 트윈스는 내년 시즌 전력에서 이병규를 제외한 상황이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메이저리그 역시 40대 이상의 선수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서 뛴 기록이 있는 1450명 가운데 40세 이상은 11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고령 선수는 이번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간 1250만달러에 계약한 바톨로 콜론이다. 1973년 5월 24일생인 콜론은 올해 메츠에서 15승을 거뒀고, 44세가 되는 내년에는 애틀랜타의 주축 선발로 기대받고 있다. 애틀랜타는 1974년생인 너클볼러 R. A. 디키도 최근 FA 계약으로 데려왔다.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0승을 올린 디키는 "날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은퇴하려고 했다. 아이들 4명과 함께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서 불과 3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팀에서 연락이 와 기뻤다. 애틀랜타는 내가 원하는 팀 리스트 최상위에 있었다"고 했다.

콜론, 디키와 달리 영예로운 은퇴를 결심한 선수도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 데이빗 오티스(41)는 올시즌 시작 전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151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38홈런, 127타점을 때린 최정상급 선수의 은퇴가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오티스와 동갑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약물 스캔들로 이미 팬심을 잃은 로드리게스는 올시즌 65경기에서 타율 2할을 치는데 그쳤다. 조 지라디 감독과 마음이 틀어져 지난 8월 방출된 뒤 은퇴를 결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빗 오티스는 올시즌 38홈런을 때리며 전성기 기량을 과시했음에도 자신의 약속대로 은퇴를 공식화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달 11일(한국시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관중석을 향해 응원을 돋우고 있는 오티스. ⓒAFPBBNews = News1
올해 메이저리그 야수 최고령인 마이애미 말린스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1973년생으로 내년에도 20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현역으로 활동한다. 2018년에는 200만달러의 팀 옵션이 걸려 있는데, 아마도 이치로가 은퇴 여부를 결정할 시기가 될 듯하다. 이치로는 올시즌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를 치며 목표한 바를 이룬 상태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8.4세로 KBO리그보다 한 살 정도 많았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긴 것은 아니다. 올시즌 KBO리그의 40세 이상의 비율은 616명 가운데 8명으로 1.3%였다. 메이저리그의 40세 이상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선수 생활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는 경향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약한 것 같다. 연봉 수준과 경쟁 시스템 때문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아 이미 벌만큼 번 선수들은 굳이 고생스러운 현역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또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피말리는 경쟁 분위기에 익숙한 선수들은 우후죽순 성장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현실에 강력 저항하지 않는다. 경쟁의 결과가 초라할 공산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우선주의 문화도 이유로 꼽힌다. 나이 든 선수를 내치는 것은 비즈니스의 일부이며, 선수 또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올해 40세 이상의 비율은 전체 833명 가운데 12명으로 1.4%였다. 이 가운데 1973년생으로 최고령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투수 미우라 다이스케는 은퇴를 선언했다. 1974년생인 지바 롯데 마린스 내야수 이구치 다다히토와 주니치 드래곤즈 투수 이와세 히토키가 내년에는 최고령 선수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올시즌 평균 연령은 26.4세로 지난해 27.1세보다 0.7세 젊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말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올해 평균 연령이 줄었다고 해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마이애미 말린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올시즌 메이저리그 야수중 최고령이었다.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그는 20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현역으로 활동한다. 지난달 3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주자로 나가 있는 이치로.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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