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발빼니 베테랑들 갈 곳 없네

기사입력 2016-11-23 18:22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 LG 이병규가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08/

김승회가 SK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DB.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매년 11월 25일까지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보류선수명단을 제출한다. 쉽게 말해 내년에도 함께 할 선수, 구단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리스트다. 문제는 이 명단 숫자다. 65명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자의든 타의든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들이 발생한다. 몇 년째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줘야 하는 베테랑들이 그렇다.

올해도 예외없다. 아직 공시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 몇몇 베테랑들이'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KIA 타이거즈 김병현, 넥센 히어로즈 이정훈, SK 와이번스 김승회, 두산 베어스 고영민 등이다. 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구단 내부적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선수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트윈스 이병규도 있다. 앞선 선수들과는 좀 다른 케이스이지만, LG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은 더는 보기 힘들 것 같다. 구단과 선수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은 일단 이병규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자칫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까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LG는 이병규가 타 구단 이적을 원하면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준다는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유니폼을 벗을지, 다른 팀에서 다시 한 번 방망이를 들지, 최고참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한화 이글스 얘기가 나온다. 만약 작년 김성근 감독이라면 벌써 베테랑 영입 작업에 나섰을 것이라는 얘기다. 원소속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이지만 갈 곳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김 감독은 2014년 10월 한화 지휘봉을 잡자마자 여러 베테랑 선수를 영입했다. 권용관, 임경완, 오 윤, 황선일 등이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경험 많은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치열한 내부경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이재우가 있었다. 두산에서 뛰던 오른손 베테랑 투수 이재우는 구단과 합의 하에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발표 며칠 뒤 한화가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 역시 김성근 감독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재우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병현의 다이내믹한 투구. 김병현은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하지만 더이상 한화는 예전의 한화가 아니다. 박종훈 신임 단장이 부임하면서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베테랑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분명 김성근 감독은 그 선수의 한계를 끌어내는데 능하다. 선수단 전체를 끌고 나가는 힘도 강하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후유증, 부작용이 발생한다. 당장 어린 선수를 육성선수 신분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좋은 유망주를 타구단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단은 박 단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 만큼은 외부 FA 영입도, 베테랑 수집도 없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 베어스를 롤모델로 삼아 미래가 밝은 팀을 만들고자 한다.

이에 따라 김성근 감독의 파워는 약해졌다. 최근 공개적으로 언더핸드 김병현에게 높은 관심이 드러냈지만 예전처럼 영입할 수 없었다. 조만간 보류선수명단이 발표되면, 여기서 제외된 선수에게 눈길이 가겠지만, 이 역시 한화 유니폼을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치명타다. 한화처럼 그간 고참 선수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팀들이 구단 방침을 바꾸면서 갈 곳이 없어졌다. 선수라면 누구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은퇴하는 게 꿈이지만, KBO리그에는 팀이 없다. 한화가 발을 빼니 베테랑들의 겨울이 유독 춥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11회말 등판해 세이브를 기록한 넥센 이정훈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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