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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KBO리그 FA시장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달리는 공급, 한정된 수요. 무엇보다 투자대비 성과보다는 어차피 모기업 돈이니(자생구단 넥센제외) '무조건 잡고보자'는 심리가 반영되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발표액을 무색케 하는 옵션, 뒷돈 의혹 등이 판을 더 키운다. 구단도 알고 선수도 인정하는 암시장처럼 돼 버렸다.
FA대박은 사실 실력, 커리어와 100% 정비례하지 않는다. 때를 잘 만나야 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하는 단기 퍼포먼스가 필수다. 나이와 부상여부도 변수. 여기에 최근 타고투저같은 민감한 트렌드는 포지션별 희비를 만들수 있다. FA가 되기 위해선 대졸은 8년, 고졸은 9년이 필요하지만 마지막 2년만 잘하면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데 있어 불이익은 없다.
최고의 모범답안을 차우찬이 보여주고 있다. 원소속팀 삼성은 차우찬에게 거액을 제시했다. 역대 투수 최고액 안팎의 큰금액이었다. 좌완선발이 부족한 A팀도 최근 차우찬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 확인됐다.
차우찬은 지난해부터 풀타임 선발로 전환했고, 올해 2년간 선발로 뛰었다. 144경기 체제에서 지난해 13승7패, 올해 두달간 사타구니 부상을 겪었지만 12승6패를 기록했다. 11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4.44, 지난해 4.79, 올해도 4.73이었다. 기록만 놓고보면 A플러스 급은 아니다. 2015년 이전 9시즌은 불펜이나 임시 대체선발로 뛰었다.
그럼에도 120개까지 던질수 있는 내구성과 큰 부상을 겪지 않았다는 점, 여기에 140㎞대 중후반의 빠른볼을 뿌린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차우찬에 대한 평가가 확 바뀐 것은 최근이다. 지난해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고 프리미어12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제구가 좋아졌고,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엿보였다. 높은 평균자책점도 타고투저 트렌드 속에 호평가에 흠집을 내지 않았다.
이전부터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김광현 양현종과 같은 시기에 FA가 된 것도 호재다. '좌완-강속구-선발' 트로이카로 같이 묶이고 있다.
원소속팀에 남는다면 팀기여도를 약간이라도 감안하겠지만 팀을 옮긴다면 성적 기대치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는 미래 판단에 대한 참고자료 일뿐. 모든 상황이 차우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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