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KIA, 에이스 양현종 잡을 의지 있나

기사입력 2016-12-06 21:35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201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 김주찬이 5회 2사 2루에서 박용택의 직선타를 넘어지며 잡아내고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양현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11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2016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이 3회 1사 2,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11

LG와 KIA의 2016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2루 KIA 양현종이 LG 정상호를 삼진처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11/

김광현은 원소속팀 SK 와이번스에 남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해 온 차우찬은 국내 잔류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LG 트윈스가 차우찬 영입전에 뛰어든 가운데, 삼성이 4년 기준으로 총액 10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고 한다. 진로를 두고 여러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FA(자유계약선수) 좌완 '빅3' 중 양현종의 거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양현종측은 최근 두 차례 일본에서 일본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만났다. 지난 주에는 에이전트와 양현종이 함께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 팀들의 관심과 영입 의지를 확인했다. 대상 구단이 좁혀졌고, 계약기간과 대략적인 금액까지 나왔다.

양현종의 에이전트인 최인국 해피라이징 대표는 "계약기간 2년, 연봉 3억엔 수준까지 얘기가 오갔다. 보장금액, 옵션 등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일본쪽에서 굉장히 적극적이다. 협상이 마무리된 게 아니라서 밝힐 수는 없으나, 라쿠텐 이글스는 아니다. 여러가지 조건이 좋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완전히 기운 것은 아니다. 최 대표는 6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9일(한국시각)까지 워싱턴 DC에서 진행되는 윈터미팅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구단과 본격적인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상 해외진출로 진로가 결정된다면 메이저리그보다 일본쪽이 유력하다.

'에이스' 양현종이 전력에서 이탈할 수도 있는데,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는 원론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수가 해외리그에서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일본과 메이저리그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국내 잔류를 결정하면 그때 조건을 제시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계약까지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했다.

선수 뜻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양현종측 입장에선 구단이 잔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받아드릴 수 있다. 최근 KIA가 4년-100억원에 외
LG와 KIA의 2016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KIA 양현종이 LG 히메네스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0.11/
부 FA 최형우를 영입한 게 심리적인 박탈감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양현종은 해외진출을 모색하면서도, 줄곧 국내 잔류의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KIA 구단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선다면 잔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 시즌 전력 구상을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일본쪽에선 양현종이 빨리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물론, 또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양현종은 해외진출이 아니라면 지난 10년간 함께 해 온 고향팀 KIA에 남겠다고 밝혔다. 국내 다른 팀 이적 카드를 일찌감치 접었다. FA 이점을 사실상 포기하고 담백한 자세로 나섰다. 구단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이런 입장 표명이 구단에 "양현종은 우리 팀을 떠날 수 없는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 같다. 구단이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자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종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최근 흐름이 미묘하게 흘러가는 것은 분명하다.

KIA 관계자는 "거액을 투자해 중심타자 최형우를 영입했는데, 양현종이 남는다는 전제하에 내년 시즌 성적을 내겠다는 구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코칭스태프에서 구단에 양현종을 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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