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 뿌리치고 '95억원', 이상한 FA 계약

기사입력 2016-12-14 12:15


LG와 FA 계약을 한 차우찬.

이상한 계약이다. 돈을 더 주겠다는 팀을 떠났다. 한 두 푼이 아니다. 5억원 이상이다. 기타 조건도 원소속팀이 좋았다.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차우찬의 선택은 달랐다. 95억원에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삼성은 앞서 차우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베팅을 했다. 협상테이블에서 깜짝 놀랄만한 대우를 약속했다. 구단은 발표액 기준으로 최형우(KIA 타이거즈)의 몸값(4년 100억원) 이상을 주겠다고 했다. 역대 FA 투수 최고액을 보장했다.

또 다른 비장의 카드도 있었다. 2년 뒤 해외진출을 시도할 경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조항도 삽입할 뜻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특급 대우였다. 한 야구인은 "협상단계 시작점부터 대단한 금액을 먼저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삼성으로선 차우찬이 꼭 필요했다. 그는 올 시즌 마지막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선수다. 붙박이 선발로 돌아선 것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탈삼진왕과 프리미어12에서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무엇보다 팔꿈치, 어깨 상태가 좋아 앞으로 몇년간 꾸준함을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구단이 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LG다. LG는 차우찬이 14일 최종적으로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계약 기간 4년에 총액 95억원. 이 금액은 투수 4관왕 출신 KIA 윤석민(90억원)보다 많다. 최근 계약한 SK 김광현(85억원)과는 10억원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의문이다. 과연 이 금액이 진실된 액수인지 말이다. 과연 차우찬이 이 돈만 받는 것인지 말이다. 삼성이 제시한 100억원 이상의 금액, 그리고 해외진출 지원 조항은 뿌리치기 힘든 '파격적인' 것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차우찬 같은 사례가 여럿 있었다. 두산 장원준, 한화 정근우가 대표적이다. 장원준은 2014시즌 뒤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두산 수뇌부가 부산으로 이동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때 롯데는 '우리 입장에서 사력을 다했다'며 4년 88억원 조건의 패를 깠다. 장원준이 4억원 덜 받으면서 두산으로 간 것이다.

정근우도 2013시즌 뒤 SK의 4년 75억원을 거절하고 한화와 70억원에 사인을 했다. 정우람은 2015시즌 뒤 원소속팀인 SK에 88억원을 요구했다가 84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차우찬과 비슷한 사례들이다. 그리고 당시에도 대다수 야구인과 팬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발표 내용을 지켜봤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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