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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에 우리 LG가 오르락내리락 한다고요?"
올시즌 후 경찰 야구단에 입대 지원하는 것으로 구단과 다 얘기가 돼있었다. 알려진대로 팔뚝에 한 문신이 문제가 됐다. 이전보다 규정이 강화됐다고 하더라. 규정을 자세히 알았다면 미리 지웠을텐데, 처음 탈락한 후 문신을 지우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문신 깊이가 있어 단시간 내에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경찰 규정이 있다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내년까지 뛰기로 마음을 먹었다. 탈락 이후 곧바로 문신 제거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3번 정도 병원을 찾았다. 문신은 평소 좋아하던 영어 문구였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한 것이었다.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지우는 게 맞다. (문신 제거 시술은 레이저를 통해 살에 상처를 낸 후, 아물면서 무늬가 희미해지게 하는 원리다. 한 번 상처를 내면, 살이 아물고 또 시술을 해야하기에 시술 후 최소 1달 정도 시간을 가져야 한다.)
-프로 선수에게 군 입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야구 인생 혼란이 올 수도 있을텐데.
-올시즌 커리어하이 20홈런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최초 기록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록이다. 사실 올시즌 초반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다. 그래서 성적에 대한 큰 기대를 안했다. 그저 많이 뛰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하다보니 20홈런 기록이 채워졌다. 기술적인 요인은 딱히 없었다. 1군에서는 서용빈 타격코치님, 2군에 있을 때는 신경식 타격코치님과 대화를 엄청 많이 나눴다. '너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다 해봐라'라는 조언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 결국 야구는 멘탈 싸움이라는 걸 올해 느꼈다. 전에는 나에게 찬스가 오면 긴장이 더 됐는데, 올해는 찬스가 오면 오히려 자신감이 더 생겼다. 그 좋은 기억을 내년에도 이어가려 한다. 맞다. 사실 홈런보다 진짜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그 진짜 목표가 뭐였나.
형식적인 답이라고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 개인 목표 없이 팀 이기는데만 집중한다고 하니 홈런이 쌓여있었다. 시즌 개막 전, 내 목표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엎어버리자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시즌 전 전망에서 우리 팀을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그게 너무 싫었다.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20홈런보다, 그 예상을 뒤엎는데 나도 어느정도 일조했다는 생각에 뜻깊은 한 시즌이 됐다.
-수비도 점점 더 발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점 만점이라면 아직 85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안정감을 주고 싶은 욕심이 난다. 올해 실책이 17개였다. 내년에는 15개 미만으로 줄이고 싶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결정적 실책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정말 열심히 하려다 실책을 한 것이기에, 후회히거나 하지 않았다. 난 처음부터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1차전 실책 후유증이 2차전까지 갔을 것이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오히려 더 집중했다. 요즘은 '유격수 수비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만 한다. 자신감이 실력인 것 같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경쟁이 치열했다. 살짝 욕심도 났을텐데.
사실 나는 못받을 걸 알고 있었다.(웃음) 김재호 선배(두산 베어스)가 수상을 하셨고, 김하성(넥센 히어로즈)도 20홈런-20도루 기록을 달성하는 등 경쟁자들이 강력했다. 하지만 내 잠실 최초 유격수 20홈런 기록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OPS(출루율+장타율), WAR(대체선수 비교 승리 기여도) 등 수치를 꼼꼼하게 따지면 거기서도 밀리지 않았다. 올시즌은 거기에 대한 자부심으로 간직하려 한다.
-이제 20홈런을 넘는 새 목표를 세울 때가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무릎을 다쳐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내년 첫 번째 목표는 무조건 건강이다. 나는 야구 잘하는 선수보다 너무 건강해서 안빠지는 선수 이미지 아니었나.(웃음) 그거라도 지키고 싶다. 내 개인 기록 목표는 정말 없다. 우리가 올해 4위를 했지만, 가을야구를 연속으로 해야 진정한 강팀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군입대 전 그걸 만들고 싶은 마음 뿐이다.
-차우찬 입단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이다. 무조건 큰 도움이다. 우찬이형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줘야 한다. 더군다나 우찬이형은 군산초 3년 선배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다. 우찬이형이랑 함께 야구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다.
-그동안 팬들에게 하지 못했던,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 LG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데,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한 게 나라는 걸 잘 안다.(웃음) 잘하는 선수보다 매년 점점 나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도 지난 4~5년 동안 기록 등에서 전년 대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있다. 그걸 좋게 봐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LG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추워진 날씨 독감 조심하시고, 몸 건강하셔서 내년 시범경기 때부터 잠실구장을 꽉 채워주셨으면 좋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