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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 주인은 이승엽, 신발 주인은 패트릭.
사연은 이렇다. 러프의 미국 집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미국 북동쪽이다. 여기서 다저스 캠프 참가를 위해 남서쪽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했다. 그런데 피닉스에 도착하니 삼성쪽에서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러프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가족과의 회의를 위해 다시 오마하로 갔다. 그리고 삼성 합류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삼성에서는 당장 캠프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여권이 없었다. 마음 급한 삼성이 이쪽저쪽 알아보니 콜로라도주 덴버가 여권 발급이 가장 빠른 곳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곧바로 러프를 서중부 덴버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여권이 발급됐다.
문제는 삼성이 미리 마련해준 유니폼 외에 다른 장비가 없다는 점. 그래도 훈련은 해야하니 동료들이 러프를 도왔다. 배트는 팀 최고참 이승엽이 한 자루 건넸다. 스파이크는 발 사이즈가 비슷해야 했다. 러프는 310mm의 어마어마한 왕발. 그런데 공교롭게 이번에 함께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역시 310mm의 발 크기를 자랑했다. 스파이크는 패트릭이 선뜻 한 족을 빌려줬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러프의 삼성 생활이 시작됐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며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만, 동료들이 주는 에너지로 회복하고 있다"고 말한 걸까. 일단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러프의 짐을 한국으로 보냈다. 도착하려면 며칠이 더 걸린다. 그 때까지는 빈 손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한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