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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돕는다고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김인식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일정을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훈련 성과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노는 날을 잘 선택했어. 여기 전지훈련 시작하면서 그게 가장 큰 소득이야"라는 말을 했다.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열흘간 진행된 대표팀 훈련 스케줄을 들여다 보면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비가 올 경우 선수들은 아예 쉬거나 실내 연습장에서 간단히 훈련을 한 뒤 주로 휴식을 취한다. 대표팀에는 소속팀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합류한 선수들도 있고, 지난 1~9일까지 진행된 괌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있다. 전지훈련 기간중 가장 피로도가 높아지는 시점이 2월 중순이라고 한다. 훈련하는 날 '비가 왔으면' 하고 내심 바랐던 선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는 '야속'하게도 대표팀 훈련일을 엇박자로 빗겨갔다.
그런데 23일 귀국길에 오른 대표팀은 24일부터 곧바로 훈련을 이어간다. 장소는 1라운드가 열리는 고척돔이다. KBO가 잡은 공식 훈련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척돔 내부에는 난방 시설이 가동될 예정이다. 외부 날씨는 훈련 또는 연습경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월 6일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 전까지 공짜 휴식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강행군의 연속이다. 하지만 훈련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이동일이 오히려 컨디션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팀은 이곳 오키나와에서 정말 알찬 스케줄을 소화했다. 전력의 여러 부분에 걸쳐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하늘의 도움을 매우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