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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지도 못할 투수를 계속 고집했을까.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김인식 감독은 이대은을 우완 선발 요원으로 점찍고 이번 대표팀에 뽑았다. 장원준(두산 베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두 명의 선발 요원은 좌완이기 때문에 우완 정통파 선발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류제국(LG 트윈스)의 이름도 거론된 가운데, 그가 부상 후유증 등을 이유로 합류를 고사해 결국 이대은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대은은 경찰 입대를 앞두고 목에 있는 문신 문제가 생겨 오직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경찰에 입대한다면 대회 직전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로 돼있었다. 야구 선수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코치들은 2년 전 프리미어12 대회 때 활약한 이대은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국제대회에서 잘 던진 경험이 있는 선수를 뽑는 걸 누가 마다할까. 하지만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몸을 만들지 못했다. 선동열 코치는 "안된다", 김인식 감독은 "나아질 것이다"라며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이대은 고집에, 대회 투수 운용이 완전히 꼬이고 말았다. 사실, 대표팀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를 상대로 원투펀치 장원준-양현종을 내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발 1명이 없다고 생각하니, 대만전이 불안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양현종을 대만전으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양현종의 대만전 등판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김 감독은 이대은 얘기가 나오면 "부상이 생겨야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엔트리를 교체하려면 부상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WBC 대회는 시즌 개막 전 열리는 대회라 선수들의 몸을 많이 신경 쓴다. 다시 말해, 부상 검증 등에 대해 까다롭지 않다. 이대은의 교체 명분을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이대은은 '혹시나 몸이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코칭스태프가 끌고 간 선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