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아람 기자] 서울과 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은 물론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서 봉미선(짱구 엄마) 목소리로 사랑받아온 성우 강희선씨가 4일 오전 2시 10분께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5세.
유족에 따르면 서울 출신인 고인은 중경고와 서울예술전문대학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원래 배우를 꿈꿨지만 지도교수의 권유를 받아 성우의 길에 들어섰다.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데뷔했으며, 이듬해 방송사 통폐합 이후 KBS 성우 15기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KBS 성우극회장(2013~2016년)과 한국성우협회 수석부이사장을 지냈다.
첫 더빙 작품은 K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이었다. 이후 '베르사유의 장미', '공각기동대', '캡틴 플래닛'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국내 대표 여성 성우로 자리매김했다.
외화 더빙이 큰 인기를 끌었던 1980~1990년대에는 샤론 스톤, 미셸 파이퍼,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한국어 목소리를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그는 배우마다 다른 말투와 호흡을 연구해 연기했다고 소개하며 더빙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는 서울과 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과 부산지하철 1~4호선 안내방송을 녹음했으며, 대구지하철 광고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송에서 그는 일정한 톤을 유지해야 하는 지하철 안내방송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부 노선이 기계음으로 교체된 뒤에는 "사람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짱구는 못말려'의 봉미선과 맹구 목소리로 더욱 친숙했다. 극 중 따뜻한 모성애를 담아낸 여러 대사는 지금까지도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 밖에도 '무한지대 큐!', '?비타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으며 폭넓게 활동했다.
고인은 2002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외화연기상, 2005년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1년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진단과 함께 시한부 2년을 선고받았지만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47차례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녹음을 이어갔고, 입원 중에는 병실에서 지하철 안내방송을 녹음하기도 했다.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시민들이 알아챌 정도였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성우로서의 책임감을 지켰다.
아들 안은석 본필름 대표는 "어머니는 언제나 성우라는 직업에 깊은 신념과 애정을 갖고 계셨다"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7시 40분이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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