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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발이라면 시범경기 기록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이로써 유희관은 3차례 등판서 11⅓이닝 18안타 10실점을 기록하고 시범경기 등판을 마무리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7.94나 된다. 이것저것 점검해야 하는 시범경기서 수치로 나타난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유희관같은 베테랑 투수들은 그날그날 투구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찾으면 될 일이다.
유희관은 지난해 시범경기서도 4경기 17이닝 10실점, 평균자책점 5.29로 수치로 나타난 내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4.41을 올리며 제몫을 했다. 2015년에도 시범경기서 10⅓이닝, 평균자책점 7.84를 기록했지만, 정규시즌서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18승에 평균자책점 3.94를 올리며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안타를 맞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면 문제될 것이 없다. 유희관이 허용한 8안타 가운데 초구 또는 1B1S, 2B1S, 2B 등 소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공이 배트 중심에 맞아나간 것은 5개다. 이는 유희관이 구종과 코스 선택에 있어 실전과 같은 볼배합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조금 더 공격적이었다는 것이 흠. 제구력 또는 구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회말 무사 1,3루에서 LG 이형종에게 허용한 좌월 홈런이 같은 맥락이다. 유희관은 1,2구가 모두 볼이 되자 3구째 카운트를 잡기 위해 121㎞짜리 체인지업을 던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떨어지는 폭이 작아 한복판으로 몰리는 바람에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으로 연결됐다. 5회말 선두타자 서상우에게 맞은 우중간 2루타도 볼카운트 2B1S에서 던진 118㎞짜리 약간 높은 체인지업이었다. 심리적으로 급하게 던진 것이 실투가 된 경우다.
유희관은 올시즌에도 4선발 역할을 맡게 된다. 다른 팀이라면 1,2선발감이지만, 두산이기 때문에 두 시즌 연속 4선발 위치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4선발은 부담이 없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과 맞대결하는 경우가 많다. 붙박이 선발로 자리잡은 이후 3시즌 연속 177이닝 이상을 던진 유희관으로서는 체력 관리에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시범경기 기록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