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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개막전 국내 선발 전멸이다.
가장 기대를 모은 카드는 공식 개막전인 잠실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등판이 사실상 확정이었고, 김태형 감독이 이를 확인해줬다. 김성근 감독은 "42번"이라고 답을 했다. 김성근 감독은 "내가 발음이 안 좋아서 옆에 있는 이태양이 얘기해줄 것"이라고 말했고 이태양이 "비야누에바"를 외쳤다. 한화의 개막전 선발은 '거물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아닌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였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되는 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전은 헨리 소사-앤디 밴헤켄의 대결로 확정됐다. LG는 데이비드 허프가 개막 전 선발로 유력했으나, 최근 무릎 부상을 당해 두 번째 옵션인 소사가 나서게 됐다. 넥센은 새로운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션 오설리반을 대신해 밴헤켄을 선택했다. 그동안 LG에 워낙 강해 지나치기 힘든 카드다.
대구에선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는다. KIA는 예상대로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선발 예고했다. 그런데 삼성은 재크 페트릭을 호명했다. 페트릭은 올시즌 외국인 투수 중 몸값(45만달러)이 가장 저렴한 선수다. 시범경기에서도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의외의 카드였다. 삼성은 앤서니 레나도가 우측 허벅지 안쪽 통증으로 개막전에 나설 수 없게 됐고, 김한수 감독은 페트릭으로 빈 자리를 메우기로 했다.
창원 '낙동강 더비'에선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가 맞붙는다. 두 팀은 순리대로 1선발을 선택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0개 구단 개막전 선발이 모두 외국인 투수다. 국내 에이스들이 전멸했다. 별 것 아닌 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개막전 선발투수가 모두 외국인 선수로 채워진 건 KBO리그 사상 처음이다. 해가 갈수록 몸값이 비싼 외국인 선수들이 늘어나며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 친숙한 국내 선수가 1명도 나서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듯 하다. KIA는 양현종이라는 최고 좌완을 보유하고 있는데, 첫 개막 3연전이 원정 경기라 홈 개막전 투입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LG 역시 야심차게 영입한 차우찬을 홈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예고했다.
삼성은 레나도를 대신해 개막전 선발 경험이 많은 윤성환을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성환은 줄곧 개막전 뒷 경기 등판을 준비해왔다. 무리해서 헥터와 붙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SK도 김광현이 건강했다면 개막전에 나섰겠지만, 부상으로 올시즌 등판이 어렵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중요한 건 외국인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 간의 실력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꼭 이기고 싶은 개막전, 가장 잘 던지는 투수를 내세우는 건 감독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