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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판부터 38개의 공을 던졌다. 개막 첫날부터 극과 극을 오간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블론세이브에는 이유가 있었다.
8회는 결과가 좋았다. 첫 타자 마일 슈와버에게 0B-2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해 만루가 됐지만,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소니 리조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문제는 9회였다. 오승환은 8회에 14개의 공을 던졌지만, 9회에도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다. 8회말 랜달 그리척의 2점 홈런이 터져 점수 차가 커지자 더 유리해보였다.
야수의 수비 실책까지 나온 상황에서 오승환이 홈런을 맞고 말았다. 윌슨 콘트라레스에게 던진 84마일(135km)짜리 슬라이더가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이 됐다. 3-3. 오승환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가 기록된 순간이다. 존 제이와 하비에르 바에즈를 범타 처리한 오승환은 더이상의 실점은 없이 9회를 마쳤고, 9회말 그리척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해피 엔딩'이었지만 찝찝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날 오승환은 38개의 공을 던졌다. 보통 투수들이 관리를 받으며 시작하는 시즌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마무리투수에게는 다소 많은 투구수다.
매시니 감독은 이전 마무리인 트레버 로젠탈을 기용할 때도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수로 종종 혹사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불펜 요원에서 마무리로 자리를 꿰찬 오승환도 2이닝 마무리가 많은 편이었다.
더군다나 오승환은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2월 26일 첫 등판에서 1이닝(3안타 2홈런 3실점)만 던지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3월 중순 미국에 돌아간 후에는 총 4차례 등판했고, 앞선 3차례 등판은 1이닝씩, 마지막 등판은 총 2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등판마다 총 투구수가 10개를 넘지 않았다. 실전 감각만 유지하는 상태에서 개막을 맞았는데, 2이닝 마무리와 40개에 육박하는 투구수는 다소 무리였다.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