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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대체 선발 정용운이 일을 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초 임기영이 나와야할 경기지만 체력 안배를 위해 휴식을 주면서 정용운이 선발로 나오게됐다. 게다가 김윤동 임창용 고효준이 많은 투구수로 이날 등판이 불가능해 경기에 나올 수 있는 불펜 투수는 남재현 심동섭 김광수 뿐이었다. 정용운이 어떻게든 많은 이닝을 던져야했다. 맹타를 치고있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까 했지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씩씩하게 자신에게 온 기회를 살렸다. 비록 빠르지 않는 공이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려 노력했고, 오히려 느린 공에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빗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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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초 타자 일순하며 대거 8점을 뽑아 11-1의 큰 리드속에 5회말 마운드에 오른 정용운은 선두 배영섭에게 볼넷, 1사후 3번 구자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폭투까지 해 1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4번 러프를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잡아 1점만 내줬고, 조동찬을 2루수앞 땅볼로 아웃시키며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까지 92개의 공을 뿌린 정용운은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5회말 마지막 공을 직접 받아 챙겼다. 6회말에 우완투수 남재현으로 교체.
정용운은 경기 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너무 좋다"면서 "9년이란 시간동안 너무 힘들었고 절실했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며 자신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말했다. "처음에 마운드에 오를 땐 3이닝만 잘 막자는 생각이었다. 1이닝, 1타자만 잘막자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라며 "볼넷이 많아 걱정했는데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하고 체인지업이 먹히면서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잘 못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3회말 무사 1,2루서 러프를 병살타로 잡아낸 체인지업을 이날 던진 공 중 최고의 피칭으로 꼽기도.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분"이라며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이한 준비 자세로도 화제가 됐다. 주자가 없을 땐 빠른 템포로 공을 뿌린 정용운은 주자가 나가면 포수의 사인을 보면서 공을 잡은 왼손을 1루로 뻗었다가 세트포지션을 취했다. 정용운은 "대만 2군 캠프 때 어깨가 좀 좋지 않아 세트포지션할 때 어깨 상태를 체크한다고 팔을 올렸는데 이후 그게 버릇이 됐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이젠 불안해진다"라며 웃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