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사령탑의 굳건한 신뢰 주파수와 에이스의 독한 경쟁심이 결합하자 선두 LG 트윈스의 강타선도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에이스 오웬 화이트(27)가 KBO 리그 데뷔 이후 최다인 111구 투혼을 발휘하며 잠실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화이트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4개의 안타와 볼넷 1개만을 내주는 짜임새 있는 피칭으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화이트의 인생투를 발판 삼아 강백호와 노시환의 홈런포가 폭발한 한화는 선두 LG를 8대1로 완파했다. 화이트는 이 역투로 시즌 5승(4패)째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화이트는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다소 웅장한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으나,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단 한 번도 주자의 득점권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세를 탄 4회부터 6회까지는 LG 타선을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이닝을 만들었다.
투구수가 100구에 육박한 7회말, 화이트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오스틴 딘에게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2루타를 얻어맞은 뒤, 천성호에게 볼넷까지 헌납하며 2사 1, 2루의 역전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화이트는 마지막 힘을 짜내 문성주를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한화의 1점 차 리드를 악착같이 지켜냈다. 아웃카운트가 채워지는 순간 화이트는 마운드 위에서 거칠게 포효했다.
7회말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나며 흔들리는 시점에서 한화 벤치가 타이밍을 잡고 투수를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오직 '에이스에 대한 믿음'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4일 잠실 LG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7회 투수 교체를 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어제는 화이트가 너무나도 잘 던져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8회에 찬스가 와서 홈런이 터져 이길 수 있었다"라며 "거기서 다른 투수로 바꿨다가 승계 주자를 막지 못하고 실점할 수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기를 완벽하게 이끌어온 것은 화이트이기 때문에 '네가 오늘 잘 던졌으니 네가 끝내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개수가 자꾸 지나가길래 솔직히 걱정은 좀 됐지만 기다렸는데 에이스답게 잘 막아줬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덧붙여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팀인 LG를 상대로 본인 실력으로 막아냈기 때문에, 이번 등판을 계기로 화이트 본인도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기를 살려줬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