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32강 탈락, 그 결과에도 박수를 받기엔 충분했다.
카보베르데는 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32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대3으로 패배했다. 조별리그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카보베르데의 전진은 아쉽게도 32강에서 마무리됐다.
멋진 전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돌풍의 팀이었다. 인구 52만에 불과한 섬나라가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때 모두가 그들을 기적이라고 여겼다. 다만 기적의 끝이 조별리그를 넘지 못할 것이라 봤다. 조별리그 1차전 스페인을 잡았을 때도 어쩌다 발생한 일이라고 여기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카보베르데는 실력임을 입증했다. 남미 강호 우루과이와의 2대2 무승부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도 0대0 무승부를 거두며 당당히 조 2위를 차지했다.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 하필 상대가 아르헨티나였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팀이었다. 카보베르데의 분전보다, 탈락에 관심이 모였다. 당연했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과 함께 '축구의 신' 반열에 오른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보지냐를 필두로 한 카보베르데의 수비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르헨티나는 오랜 공격 끝에 전반 29분 메시의 선제골로 앞서 갔으나, 카보베르데는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터진 동점골, 승부는 연장까지 흘러갔다. 연장에서도 카보베르데는 상대 득점을 추격하는 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아쉽게 후반 막판 자책골로 결승골을 헌납했으나, 카보베르데의 투혼을 무시한 관중은 없었다.
경기 종료 후 부비스타 카보베르데 감독은 "라커룸 분위기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비록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대회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 승부차기에 가까웠던 점도 아쉽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자신들의 경기력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보여줬다. 이런 감정이 들고 눈물이 나더라도, 이것 또한 성장 과정의 일부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를 더욱 성장하게 해준다. 우리는 팀에 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것이 바로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부비스타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는 "우리는 경기 내내 정정당당하게, 모범적인 규율을 지키며 경기에 임했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세계와 작은 나라들에게 우리가 강팀들을 상대로도 규율을 지키며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공격할 기회가 있을 때는 공격했고, 수비할 기회가 있을 때는 수비를 잘했다"고 강조했다.
탈락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기에 만족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만족한다. 여러 대륙 팀들의 경기 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배우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부비스타가 기자회견을 마치자, 그는 열렬한 박수 세례를 기자회견에 참석한 취재진에게 받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월드컵의 이변, 이를 만들어낸 52만의 투혼과 노력에 대한 헌사였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