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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화 이글스 덕아웃에서 낯선 모습이 연출됐다. 홈런을 터트린 이성열이 이상군 감독대행을 툭 치고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감독대행은 "잘 좀 하라고 했는데, 홈런을 치고 그러더라"며 웃었다. 이성열 입장에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한화는 꽤 오랜 시간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에 소통을 찾아보기 힘든 경직된 팀이었다.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지고, 감독 위주로 구단 운영이 이뤄졌다. 선수들에게 '감독님'은 하늘 높은 곳에 계신 분이었다.
달라진 환경이 팀 전체에 힘을 불어넣었다. 한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이 감독대행 체제가 출범한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이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11승13패, 승률 4할5푼8리를 기록했다. 지난 주 구단이 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치겠다고 발표한 이후 7경기에서 5승(2패)을 거뒀다. 이 감독대행 체제가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 감독체제에서 투수 혹사는 없다. 돌려쓰고 당겨쓰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몰빵 야구'가 사라졌다. 승패와 무관한 경기에 필승조를 투입하는 일도 없다. 지금은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는 여정이다.
야구, 모른다. 수없이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현재 좋은 분위기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령탑 교체가 팀 전체를 바꿔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