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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식' 이병규 "좋은 지도자, 내가 꿈꾸는 일"

기사입력 2017-07-09 17:57



"좋은 지도자로 돌아오는 것, 내가 꿈구는 일이다."

2017년 7월9일 서울에는 하루종일 장맛비 예보가 있었다. 그리고 오후 4시경만 하더라도 세차게 비가 내렸다. 하지만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오후 6시를 향해갈 무렵부터….

하늘도 은퇴식을 보고 싶었나보다. LG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을 이병규 은퇴식 경기로 잡았다. 이병규는 경기 전 팬사인회를 열어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공식 사인회를 가졌다. 경기 전에는 이병규의 테마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고, 공식 은퇴식 행사가 이어졌다. 신문범 사장, 송구홍 단장, 선수단 대표 박용택, 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 등이 감사패와 액자 등을 선물했다. 그리고 가족과 LG-한화 감독 및 주장, 그리고 팬클럽 회원들이 꽃다발을 전했다. 이병규도 선물을 했다. 자신이 졸업한 청구초(손용근), 장충고(유상호), 단국대(강문길), 그리고 프로 첫 감독(천보성)들에게 사인 배트와 꽃다발을 증정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 김순검 여사에게도 배트와 꽃다발을 건넸다.

그리고 이병규가 마운드에 올랐다. 97년 프로 데뷔 후 마운드에 오른 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타석에는 첫째 아들 승민군(도곡초 6, 현재 야구부 활동)이 타석에 섰다. 이병규는 아들을 향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은 소감은?

▶특별한 건 없다. 평소 홈경기 훈련 마치고 팬사인회에 참석한 기분이었다. 굳이 어색한 게 있다면 유니폼 상의에 있는 로고가 달라졌다는 것 뿐?(웃음)

-영구결번이 결정됐는데.

▶프로야구 13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내가 됐다. 비록 무관의 영구 결번이지만,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워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김용수 선배님이 구단 최초 영구결번자가 되는 걸 보며 나도 2호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오늘 비 예보가 있는 데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나도 비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만은 꼭 야구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구자로 나서게 된 계기는?

▶사실 갈등을 했다. 이왕 세워주신다면 마지막으로 타석에 서고 싶었다. 시구는 아들을 시키려 했다. 하지만 타석은 7000번 이상 들어갔으니 마지막으로 마운드에도 서보고 싶었다. 20년 만에 마운드는 처음 서본다. 아들이 대신 타석에 서기로 했다.

-9월9일 두산 베어스전 은퇴식을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 때는 순위 싸움이 정말 치열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빨리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은퇴식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딱 2개가 머릿 속에 있다. 2016년 10월 8일(1군 마지막 경기). 잠실만 오면 그 날이 생각난다. 또 하나는 2013년 10월 5일(두산 베어스전 극적인 결승 2루타로 팀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확정지은 시즌 최종전). 그 2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아직 그 경기들에서 못빠져 나오고 있다. 후배들한테 미안하다.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는 선배가 됐다. 후배들이 조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모두가 원하는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

-LG가 우승을 하면 적토마를 타고 잠실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공약은 유효한가.

▶물론이다. 후배들이 공약만 유지해준다면 언제든 응하겠다.

-앞으로의 야구 인생 설계는 어떻게 하고있나.

▶해설위원 일이 재밌다. 새롭게 야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물론 처음이라 부족한 것도 있고 실수도 하는 데 잘 봐주셨으면 한다. 다만, 해설도 야구 공부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올해가 될 지, 내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선진국에서 야구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공부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좋은 지도자로 돌아와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일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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