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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는 사실상 신인왕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이정후를 1차 지명으로 뽑으며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를 했고, 이후 스프링캠프 등을 통해 이정후를 테스트하며 1군에 기용하는 등 넥센이 이정후를 키우려는 노력을 할 때만해도 이 정도까지 좋은 성적을 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의 위력적인 직구와 변화구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장기 레이스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이렇게 입단 첫 해부터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의 타고난 자질 덕분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타고난 것 같다"라고 이정후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집중력도 좋고, 멘탈도 좋아 강단이 있다"라며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끼가 있었다고 했다.
이정후는 6월에만 타율이 2할9푼8리였을뿐, 월별 타율이 모두 3할을 넘겼다. 특히 모두가 지치는 시기인 무더운 7월에 3할6푼5리로 고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의 체력관리가 얼마나 뛰어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신인이지만 주전들과 다름없이 충분한 휴식을 줬다. 보통 젊은 선수들은 1군에 있어도 훈련을 좀 더 시키기도 한다. 아무래도 기존 프로 선수들보다는 모자라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센은 그에게 다른 선수들과 다름없는 휴식을 줬다.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2∼3일 동안 선발에서 제외하기도 했고, 3연전 중에서도 하루는 훈련을 쉬게 해주면서 체력 관리를 했다.
넥센의 홈구장이 고척 스카이돔인 것은 자연스럽게 이정후가 더운 여름에도 지치지 않도록 도움이 됐다.
아버지 이종범은 입단 첫 해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양준혁(삼성)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아버지의 한을 아들이 풀 수 있을 것 같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