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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센터장 징계가 끝나기도 전 또 하나의 오독이 터졌다. 29일 한화 이글스-LG 트윈스전에서 한화 윌린 로사리오의 홈 득점 장면 아웃이 돼야할 게 세이프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LG 포수 유강남의 미트가 슬라이딩을 하던 로사리오의 왼 팔뚝을 먼저 태그했지만, 이 장면을 판독 센터에서 잡아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LG가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졌다면 또다시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올 뻔 했다.
일단 애매한 상황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판독 센터가 명백한 오독을 했다는 건 무조건 잘못이다. 더 빠른 비디오 판독을 위해 설립된 센터에서 5분이 넘는 시간을 판독하고도 제대로 된 판정을 하지 못한 건 더욱 뼈아프다. 그런데 이번 건은 울산 손아섭 홈런 건과는 또 다른 부분이 있어 골치가 아프다.
그리고서는 세이프 판정이 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4D 화면이라며 유강남의 미트가 로사리오 팔에 닿는 화면을 공개했다. 이 화면을 편집한 중계방송사 PD는 일찍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판독 과정에는 이 화면을 보여주지 않다가 판정이 나자 '너네 잘 걸렸다'라는 듯한 타이밍에 결정적 증거를 송출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다. 이는 KBO와 방송사들 간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여러차례 얘기가 나왔다. KBO의 중계권은 에이클라라는 대행사가 갖고 있는데, 이 중계권을 지상파 산하 방송 3사에 다시 팔고 있다. 해가 갈수록 비싸지는 중계권료에 3개 방송사는 직접 중계권을 사고 싶지만, 에이클라와만 협상하려 하는 KBO에 불만이 많다. 거기에 이번 비디오 판독 센터가 에이클라 본사와 같은 건물에까지 들어가며 뒷말을 낳았다. 그래서 시즌 초반 방송 3사가 판독 과정에 아예 느린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나마 KBO가 중재를 해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만, 로사리오건과 같은 상황이 또 연출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약, 판독 과정에서 중계사가 4D 분석 화면을 보여줬다면, 설마 이를 보고도 판독 센터에서 세이프 판정을 내렸을까. 이 화면을 보지 못하고 애매한 가운데 원심을 유지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만약, 그게 아니라면 판독 센터는 당장 해체해야 마땅하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지도 못하고 무리하게 판독 센터 시스템을 들인 KBO가 1차 책임자다. 지상파 산하 중계사들 입장에서도, KBO가 판독 센터를 만들어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 굳이 정성들여 느린 화면을 잡아줘야 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불신 속에 계속 야구를 볼 수도 없는 일이다. 방송사들에게 무조건적이 봉사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당장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 KBO가 뭐라도 해야하는 시점이 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