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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베이스볼]예술에서 일상이 돼버린 3할, 이대로 괜찮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8-15 22:07


KIA 타이거즈 김선빈은 14일 현재 3할8푼5리의 타율로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3할 타자들이 30명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타격코치를 지낸 뒤 타격 이론가로 활동했던 찰리 로(Charley Lau)는 '3할의 예술(The Art of Hitting .300)'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타격이 오름세를 타면 곧 다가올 내리막길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시즌 내내 타율 3할을 유지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14일 현재 KBO리그의 3할 타자는 31명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51명 중 무려 60.8%가 소위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3할을 때리지 못하면 타자도 아니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타고투저가 이같은 기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KBO리그에 타고투저는 1999년 처음 찾아왔다. 그해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은 2할7푼6리, 4.98이었다. 그 이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수치다. 이승엽이 54홈런을 쳤던 시즌이다. 그해 홈런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배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지기도 했다. 2001년까지 그같은 현상이 계속됐다.

이후 잠잠하던 타고투저는 2014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해 전체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은 2할8푼9리, 5.21이었다.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힌다. 그해 3할 타자는 규정타석을 넘긴 타자 55명 중 36명이나 됐다. 직전 시즌 16명이었던 3할 타자가 1년 사이에 2.5배나 증가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문제가 됐고, 투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던 해다.

2015년 28명(규정타석 50명)이었던 3할 타자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40명이나 나왔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의 평균 타율 역시 3할1푼2리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올시즌에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도 소용이 없다.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토종 에이스들이 힘을 내고 있지만, 타자들의 뜨거운 방망이는 식지 않고 있다.

미일 프로야구의 3할 타자 비율과 비교하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14일 현재 메이저리그는 양 리그 통틀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156명 가운데 타율 3할 이상은 28명이다. 3할 타자 비율이 17.9%에 불과하다. 이들 156명의 평균 타율은 2할7푼1리다. 게다가 1할대 타자들도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크 나폴리(0.197)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알렉스 고든(0.198)이 그렇다. KBO리그 타율 최하위는 2할4푼9리의 NC 다이노스 김태군이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3할 타자는 흔치 않다. 양 리그서 규정타석을 넘긴 57명 가운데 14명이 3할 타율을 기록중이다. 24.6%의 비율이다. 타율 최하위 기록은 1할9푼4리다.

이날 현재 KBO리그 타율 1위는 KIA 타이거즈 김선빈이다. 3할8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는 각각 3할6푼2리(휴스턴 애스트로스 2루수 호세 알투베), 3할3푼9리(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3루수 미야자키 도시로)가 타율 1위다. 또한 KBO리그에서는 매년 4할 타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타고투저 현상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후반기 들어 맹타를 터뜨리고 있는 김선빈이 4할 타율에 도달할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3할 타자가 많은 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심각한 타고투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다. 한 구단 타격코치는 "내가 현역일 때 3할 타자는 귀족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주전 자리만 꿰차면 보통 3할이다. 타자들의 기술과 힘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투수들 수준이나 제도적인 쪽에서도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할 타자를 우러러보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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