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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잡을 데 없는 승리였다. 시즌 첫 선발 등판의 어린 투수를 내고도 이긴 승리를 더욱 값졌다.
박세진은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의 동생으로 프로 입단부터 유명세를 탔다. 고교 시절 워낙 잘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입단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7경기 등판이 전부. 그리고 올해는 5월28일 두산 베어스전 1이닝 구원 등판이 전부였다.
그런 투수가 갑자기 선발로 나서게 됐다. 김진욱 감독은 "당시에도 선발로 쓰려 올렸다 먼저 구원으로 내보냈는데, 제구가 너무 좋지 않아 2군에 내렸다. 이후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 지 알고 준비했을 것이다.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있어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감독의 냉철한 투수교체
박세진이 주자 2명을 내보냈을 때, 팀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세진이 흔들리자 곧바로 김민성을 상대로 우완 이종혁을 내보냈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가 한 번 밸런스를 잃으면 경기 중 좋았던 느낌을 다시 찾기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종혁이 김민성을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큰 위기를 넘겼고, kt는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김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은 완벽했다. 이종혁이 5회 1실점하고 계속되는 위기를 맞을 때 초이스 상대로 사이드암 엄상백을 넣어 삼진을 만들어냈다. 초이스가 옆구리 투수들에 약한 걸 잘 이용했다. 이후 엄상백-심재민-주 권-이상화 필승조가 총투입 돼 승리를 지켰다. 선발이 4이닝을 채워주지 못한 상황에서 한 투수가 최대한 끌고갈 수 있는 한계점들을 잘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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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또 1명 히어로는 김진곤이었다. 지난 5월3일 이후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다 9월 확대엔트리 때 다시 콜업됐다. 그리고 지난 SK 와이번스 2연전에서 안타 4개를 치며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이날 경기 1번 타순에 배치됐다. 김진곤은 앞 세 타석에서 의욕만 보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팀이 3-1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던 7회말 윤영삼을 상대로 투런 쐐기포를 날렸다.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이었다. 2009년 SK 와이번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발을 들여 9년 만에 처음 맛본 짜릿한 손맛이었다.
김진곤은 컨택트 능력이 좋고, 근성 있는 플레이를 하며 좌익수 수비도 나쁘지 않아 활용 가치가 높아 보인다.
박세진도 줄곧 2군에서만 선발 수업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날 주어진 기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승리 기회까지 던지지 못해 서운할 수 있지만, 이날 호투로 다음 선발 등판 기회를 한 번 더 잡았다고 보면 된다. 그 때 주어진 기회를 꽉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프로로 성장할 수 있다. 형이 최고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동생도 따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줘야 kt 전체 팀 전력도 강해질 수 있다 .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