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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라는 게 있지 않겠나."
하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5강 희망이 가물가물해졌지만, 황재균이 잠실을 찾았던 12일에는 LG에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현장에서는 가을야구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프런트에서 FA 선수 영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 이는 현장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미 시즌을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LG도 이를 모를리 없다. 송구홍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뭐라고 대꾸할 것도 없다. 우리도 상식이 있지 않겠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다. 여기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벌써 FA 선수 영입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는 게 말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송 단장이 아닌 다른 관계자가 황재균과 만나 입단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을까. 보통 이런 일은 운영파트에서 맡는다. LG는 송 단장이 단장직에 오른 이후 운영팀장이 공석이었다. 지난 1일부로 새로운 인사가 운영팀장 업무를 대행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이 인사는 그동안 운영쪽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맡은 지 2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재균같은 거물 FA 선수와 직접 협상을 나누기 힘들다. 다시 말해 송 단장이 아니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송 단장은 "내가 모르는 만남이 있다고 한다면, 그 것도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LG에게도, 황재균에게도 도움이 될 게 없다. LG가 진짜 황재균을 원해 시즌 종료 후 협상을 하고 싶어도, 사전에 이와 같은 구설에 오르면 그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구단 고위층에서 이를 괘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LG과 황재균을 잡는다고 하면 '그 때 그렇게 오리발을 내밀더니 협상을 다 했었네'라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황재균도 경험 많은 프로 선수인데,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팀을 흔들 수 있는 행동을 할 의도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황재균은 혹여나 구단들에 피해가 갈까 인터뷰도 고사하고 있다.
LG 김광환 홍보팀장은 "최근 공격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루이스 히메네스가 팀을 떠난 후 3루 포지션 공백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거포 3루수 황재균에 대한 관심이 우리 팀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런 시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하지도 않은 협상을 했다고 하면 우리는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한 구단 단장과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마주치면 인사도 할 수 없는 것인가. 동선이 겹쳐 마주쳤고 인사를 나눴는데 '만난 건 사실'이라교 표현하면 이는 팀 흔들기밖에 안된다. 만약, 송 단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규정상 불법은 아니어도 향후 크게 지탄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