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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O리그에 투수들의 부정투구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살짝 살짝 볼을 허벅지나 엉덩이 등 유니폼에 문지르거나 로진을 볼에 직접 묻힌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심판이 이를 지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거의 매번 팬들이 중계방송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다 문제 장면을 공유하며 알려지고 있다.
배영수는 현역 최다승(135승) 투수지만 지금까지의 업적에 대해서도 일부 팬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십수년도 더 된 펠릭스 호세의 홈 질주-펀치 사건을 빗대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15일 부산 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양팀 선발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듯 볼을 허벅지, 엉덩이에 벅벅 문질렀다. 이번에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팬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심판진과 중계진은 놓쳤지만 팬들은 정확하게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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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규칙 8조 2항에는 볼에 이물질을 붙이는 것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 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적시돼 있다. 투구에 대하여 볼을 선언하고 투수에게 경고하고, 그 이유를 방송한다. 한 투수가 같은 경기에서 또 다시 반복하였을 경우 그 투수를 퇴장시킨다.
생각보다 많은 투수들이 이같은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다. 특히 볼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구위 향상이나 타자 현혹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상대팀도 어필을 거의 안했다. 하지만 투수가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이를 통해 구위가 나아진다면 부정투구다. 한번의 실수도 부정은 부정이다. 규정에는 한번은 경고, 두번은 퇴장이다.
분명한 재발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투수들이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슬쩍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규칙은 노력없이 지켜지지 않는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과 같은 당연지사를 사회 규범으로 정하는 법은 없다. 룰은 때때로 성가시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