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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O리그에 투수들의 부정투구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살짝 살짝 볼을 허벅지나 엉덩이 등 유니폼에 문지르거나 로진을 볼에 직접 묻힌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 심판이 이를 지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거의 매번 팬들이 중계방송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다 문제 장면을 공유하며 알려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남녀프로골프에서 유행하던 '시청자 심판'이 프로야구로 확대된 셈이다. 골프는 출전선수가 많고 코스가 넓어 경기위원(골프대회 심판)이 모든 선수를 따라 다니지 못한다. 챔피언조가 아니면 몇몇 조를 동시에 관할한다. 애매한 상황이 발생해 선수가 판정을 요할 경우 경기위원이 현장에 와 판단을 내려준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선수 본인이 판단하고, 동반자가 이를 지켜본다. 이 때문에 경기위원이 놓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시청자들이 보고 제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선수의 '양심 사각지대'인 셈이다.
배영수는 현역 최다승(135승) 투수지만 지금까지의 업적에 대해서도 일부 팬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십수년도 더 된 펠릭스 호세의 홈 질주-펀치 사건을 빗대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15일 부산 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양팀 선발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듯 볼을 허벅지, 엉덩이에 벅벅 문질렀다. 이번에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팬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심판진과 중계진은 놓쳤지만 팬들은 정확하게 문제삼았다.
지난 20일에는 젊은 투수 둘이 한꺼번에 부정투구를 했다. 이번에는 주심이 이를 잡아냈다. NC 다이노스 장현식(22)과 KIA 타이거즈 이민우(24)는 각각 두산 베어스전, SK 와이번스전에서 명백한 부정투구를 했다. 장현식은 볼을 허벅지에 문지르다 주심으로부터 곧바로 경고를 받았다. 이민우는 로진을 볼에 바로 묻히다 주심에게 문제의 볼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민우는 이전에도 볼을 허벅지에 문지르다 팬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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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규칙 8조 2항에는 ▶볼에 이물질을 붙이는 것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 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적시돼 있다. ▶투구에 대하여 볼을 선언하고 투수에게 경고하고, 그 이유를 방송한다. ▶한 투수가 같은 경기에서 또 다시 반복하였을 경우 그 투수를 퇴장시킨다.
생각보다 많은 투수들이 이같은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다. 특히 볼을 유니폼에 문지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구위 향상이나 타자 현혹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상대팀도 어필을 거의 안했다. 하지만 투수가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이를 통해 구위가 나아진다면 부정투구다. 한번의 실수도 부정은 부정이다. 규정에는 한번은 경고, 두번은 퇴장이다.
분명한 재발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투수들이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슬쩍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하면 안되는 것이다. 규칙은 노력없이 지켜지지 않는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과 같은 당연지사를 사회 규범으로 정하는 법은 없다. 룰은 때때로 성가시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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