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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 파이터스)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공식화했다. 니혼햄 구단이 전날(10일)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해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오타니는 이 자리에서 "이번 오프시즌서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모두 귀를 기울일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투타 겸업을 할 수 있는 팀이 있는 지를 우선 알아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타니가 계약 우선 순위로 꼽고 있는 구단은 '이도류(二刀流)', 즉 투타 겸업을 할 수 있는 팀이다. 계약금이나 연봉 등 몸값은 오타니의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현행 규약상 오타니가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포스팅 공시가 되면 교섭권을 따낸 메이저리그 구단과 30일간 협상을 갖고 계약을 하면 된다. 포스팅 비는 상한선이 2000만달러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대부분이 입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 영입을 위해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데 주저할 구단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오타니가 에이전트로 선임한 CAA(Creative Artists Agency)의 네즈 발레로가 복수의 구단들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결국 포스팅에 참가하는 구단들이 내거는 조건을 놓고 오타니가 저울질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다.
오타니는 앞서 보도된 대로 투타 겸업을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오타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투타 겸업을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님(구리야마 히데키)을 비롯해 훨씬 많아졌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서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또한 귀기울여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투타 겸업이든 아니든 모든 조건을 신중하게 들어보겠다는 이야기다. 팀 전력, 즉 우승 가능성과 지역적인 호감도도 오타니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대표적인 '이도류'는 베이브 루스다. 루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1914~1919년까지 6시즌 동안 투수로 89승46패, 평균자책점 2.19를 올렸고, 타자로 3할8리의 타율과 49홈런, 224타점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이에 대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해야 한다.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며 투타 겸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