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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포지션에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면 구단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두 배로 커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LG는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 모두 잡고 싶어했다. 그런데 허프와는 몸값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 13일 허프와의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LG는 올해와 같은 140만달러의 연봉과 30만달러의 옵션을 제시했다. 허프는 연봉과 옵션을 합쳐 200만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했다. 허프는 올시즌 초반과 7월 부상으로 약 두 달 정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1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124⅔이닝, 6승4패, 평균자책점 2.38이다. 마운드에 서기만 한다면 믿을 만하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자주 아프다는 건 구단 입장에서 위험 요소다. LG는 이 점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보여준 것들'을 감안하면 동결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 LG의 제안을 거절한 허프는 현재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 입단을 추진중이다.
이 과정에서 LG는 또다른 재계약 대상자인 소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소사는 올시즌 30경기(선발 29경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2012년 KBO리그 입성 이후 최다승, 4년 연속 두자리 승수, 3년 연속 185이닝 이상 투구 등 연봉 인상 요소가 차고도 넘친다. 올해 소사는 계약금 40만달러와 연봉 50만달러, 합계 90만달러를 받았다. LG는 소사에게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 조건을 제시했다. SK가 3년을 던진 켈리와 175만달러(연봉 140만달러, 옵션 35만달러)에 재계약한 것을 감안하면 소사의 몸값도 가늠할 수 있다.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브룩스 레일리와 조쉬 린드블럼 모두 재계약 대상자였다. 롯데와 레일리와 연봉 117만달러에 합의했다. 올시즌 13승7패, 평균자책점 3.80, 187⅓이닝으로 입단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덕분에 85만달러에서 37.6%가 인상됐다. 린드블럼과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조건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7월 재입단 당시 걸었던 시즌 후 보류권 포기 조항을 놓고 의사소통 논란을 빚기는 했지만, 결국 양측이 서로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봐야 한다. 린드블럼은 올해 5개월 기간으로 47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롯데에서 연봉 120만달러를 받았다. 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입성이 여의치 않자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인을 했다. 올해 성적은 12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72.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에 나가 14이닝 3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린드블럼 역시 인상 요인은 충분했다. 10개월로 환산한 올해 연봉 95만달러 이상, 최소한 2016년 연봉 120만달러를 제시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그 이상 요구했다. 롯데는 "올해 활약상을 놓고 서로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롯데 입장에 대해 '올려줄 수는 있지만 레일리 정도는 아니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린드블럼은 결국 두산 베어스와 145만달러에 계약했다.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헥터 노에시와 200만달러, 팻딘과 92만5000달러에 재계약했다. 메이저리그 경력과 올시즌 성적 등 모든 면에서 헥터와 팻딘은 서로 몸값을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KIA는 둘과의 협상 과정에서 서로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 둘 모두 1선발급일 경우 몸값 신경전은 결정적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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