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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배지환父 배재동씨, "차라리 야구를 시키지 말았다면…"

최종수정 2017-12-19 02:30

◇경북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환호하는 배지환. 올해 아마추어 야구 최고 타자로 선정돼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유망주다. 그러나 현재 그의 미래는 밝지 않다. KBO는 그에 대해 '향후 2년간 국내 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스포츠조선 DB

야구 명문 경북고 3학년 유격수 배지환(18). 올해 아마추어 야구 최고 타자로 선정돼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유망주다. 하지만 지금 그의 앞날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앞으로 2년간 국내 프로팀에서 야구를 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빨라도 2020년에나 KBO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KBO가 이달 초 배지환에 대해 '해외파 복귀 시 2년 유예' 규정을 최종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배지환은 지난 9월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입단 계약(계약금 30만달러)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MLB 사무국은 지난달 22일 '약 2개월간의 조사 끝에 애틀랜타 구단이 국제 스카우트 과정에서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배지환과의 계약을 무효화했다. 결국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는 무적 선수가 됐고, KBO리그에서도 2년간 뛸 수 없는 '미아'가 되고 말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왜 이렇게까지 일이 꼬였을까. 배지환은 그저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순진한 야구 소년이 내린 결정은 최악의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배지환의 부친 배재동 씨는 스포츠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속이 콱 막힌다"며 긴 시간에 걸쳐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다음은 배재동씨와의 일문일답.

-KBO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2주쯤 전에 (배)지환이의 신분에 대한 유권 해석을 내렸다고 연락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애틀랜타와의 계약을 무효화했지만, KBO 측에서는 일단 '계약 사실'이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 선수로 해석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내 복귀 시 2년 유예 규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

-예상했던 결과였나.

이런 결과만은 나오지 않길 바랐다. 애초에 MLB사무국에서 내린 결정은 '계약 취소'가 아니라 '무효'다. 그래서 우리는 계약금조차 받지 못했다. MLB사무국의 조사관도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이런 사태가 발생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잘못을 저지른 애틀랜타 구단에 징계를 내린 것이고 선수의 잘못은 없으므로 KBO에서 선수 생활을 하든, MLB구단과 계약하든 도와주겠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KBO 쪽에서는 이런 결정을 했다.


-KBO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인가.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아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앞서 말했듯, MLB에서는 계약 자체를 무효화했다. 무효라는 건 계약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면 '해외 진출 선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KBO의 유권 해석이 맞는 것인 지 법적으로 물어보려고 한다.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시작했다. KBO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해외파 복귀 시 2년 유예' 규정에 대해서도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지환이에게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나 싶다. 우리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도 인정하지만, KBO도 어린 선수의 미래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애틀랜타와의 계약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어떻게 계약하게 됐나.

올해 초부터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애틀랜타보다 더 많은 계약금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다. 그러나 애틀랜타가 미국 생활 관리나 육성 의지 측면에서 다른 구단보다 더 확실한 계획을 제시했다. 그래서 지환이도 애틀랜타를 마음에 들어했다. 나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지환이의 뜻이 확고했다.

-반대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간 고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그래서 그냥 국내 구단에 입단하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지환이의 도전 의지가 워낙 강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아들이 힘껏 도전해보겠다는 데 막을 수 있겠나. 나중에 '앞길 막았다'는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허락했다. 그때는 이런 일이 생길 지 몰랐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면 계약'이 언급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면 계약서는 없다. 단지 지환이가 메이저리그에 가면 모교에 5년간 유소년 발전지원금이 중단되는 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지환이는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고, 구단이 그 부분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구두상으로 약속한 적은 있다. 상세한 방법에 관해서는 구단 측에서 규정해 맞게 알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잘 모르겠다. 답답할 뿐이다. 일단 지환이에게 가장 좋은 건 KBO가 육성 선수로라도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게 안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주변에서는 메이저리그 다른 구단과 계약하라는 말도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궁지에 몰린 처지를 이용하려고 드는 것 같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배지환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자기도 속상할텐데 씩씩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것 같다. 운동도 계속 하고 있고. 가끔 농담으로 "정 안되면 다른 일 찾으면 돼요"라는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줄 게 별로 없어서 속상하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야구를 시키지 말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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