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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가 김현수를 영입한 이유는 침묵에 빠진 타선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손아섭 민병헌 황재균 등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가장 '비싼' 김현수를 선택하게 됐다. 지난 21일 입단식에서 김현수는 "에이전트가 잘 협상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제시했다고 들었을 때 감사했다. 내가 받아도 되는 선수인가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LG가 바라는 김현수의 역할도 최형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LG의 지금 타자들 가운데 실력과 이름값을 모두 갖춘 주전은 사실 박용택 밖에 없다. 올시즌 LG에서 규정타석을 넘긴 타자는 박용택과 양석환 둘 뿐이다. 박용택이 타율(0.344) 타점(90개)서 팀내 1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LG가 이번 겨울 계획하는 보강의 방향을 알 수 있다. LG는 타깃을 김현수로 삼았고, 창단 이후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김현수가 타선의 중심에 서서 젊은 타자들의 잠재력과 분위기도 함께 끌어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게 김현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KIA는 최형우가 오기 전에도 언제든 안타를 칠 수 있는 굵직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 안치홍 김선빈 등이 최형우와 합세하면서 타선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로저 버나디나라는 활기 넘치는 외국인 선수가 등장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온 이명기와 김민식도 힘을 보탰다. KIA는 올시즌 10개팀 중 유일한 3할대 타율(0.302)과 900대 득점(906) 팀으로 우뚝 섰다.
김현수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 성적으로는 연봉을 다 메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께서 어느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시면 그걸 하는 게 내 역할이다. 꼭 중심타선 아니어도 경기에 나갈 수 있다면 어디서든 그 역할에 맞게 하는 선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리더십에 관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여기 LG에는 리더하실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저는 밑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팀을 이끌어갈 리더는 못돼도 타선에서는 어떤 역할도 주어진 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김현수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다. 그가 미국 가기전 커리어 하이였던 2015년(0.326, 28홈런, 121타점) 수준의 수치를 보여준다면 LG 타선이 살아날 수 있을까. 관건은 시너지 효과다. 함께 들썩여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