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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도 팽팽했던 '줄다리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사실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협상이 이렇게 길고 팽팽하게 이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양현종은 시즌을 마친 뒤 공개적으로 KIA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KIA 역시 팀의 에이스이자 올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의 주역인 양현종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서 초반부터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했다.
양현종이 올해 너무나 대단한 성적을 내면서 계산이 복잡해진 것.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 20승4패에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또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 5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두며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그 기세로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독보적인 KBO리그 최고투수였다.
옵션 내용이 협상의 핵심이었다. 양현종 측은 "지난해 1년 계약 당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옵션이 걸려 있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한 팀의 에이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양현종이 혼신의 노력으로 그 옵션을 모두 채우고 팀에 기여한 만큼 이번에는 옵션 수준을 좀 더 낮춰달라는 게 요구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KIA가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 팽팽히 맞선 재계약 협상이 2개월 간 이어지며 이상 기류에 대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해를 넘기게 되면 양현종이 다른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도 있었다. 양현종 측은 이때까지 협상을 진행해 온 실무 담당자와 팽팽히 맞서며 감정이 틀어지기 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이 시점에 조 단장이 협상 주체가 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올해까지 3년간 수석코치로 현장에서 양현종과 함께 호흡을 맞춰 온 조 단장은 양현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조 단장은 27일 밤 양현종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대화로 흔들리던 양현종의 마음을 붙들었다. 조 단장은 "서로 마음 상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래서 (양)현종이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순조롭게 얘기가 풀렸다. 현종이도 내 진심을 알았는지 28일에 사인하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조 단장은 28일 낮, 홀가분한 마음으로 광주로 내려갔다. 이미 전날 통화에서 합의를 본 만큼 이변은 없었다. 양현종은 결국 계약서에 사인하고 조 단장의 두 손을 굳게 붙들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