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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년 연속 이대호가 주장 맡게 된 사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14 08:44



2018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 한 시즌 더 이대호로 가게 됐다. 이대호의 주장 연임 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롯데의 새 시즌 주장은 '거인의 심장' 이대호(36)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한국 복귀를 결정함과 동시에 주장 중책을 맡았었다. 2016 시즌 롯데 주장은 강민호였다. 조원우 감독이 새롭게 팀에 부임하며 선수단 투표 전통을 깨고, 강민호를 지명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주장이 이대호로 교체됐다. 팀을 아우르는 카리스마, 상징성 등에서 이대호가 주장을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롯데와 3년 재계약이 확정된 조원우 감독은 지난해 말 열린 팀 납회식에서 이대호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의 대화가 오갔다. 주장 건에 대한 얘기가 오갈 걸로 직감한 이대호가 "감독님, 제가 또 주장해야됩니까"라고 선수를 쳤다. 그러자 조 감독은 "왜, 하기 싫나"라고 받아쳤다. 이에 이대호가 "밑에 주장 할 후배들이 충분히 많은데"라고 했다. 이 말에도 조 감독은 "그래도 네가 1년 더 해라. (강)민호 다시 시키려고 했는데, 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가버렸다.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대호가 "알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며 두 사람의 대화가 마무리 됐다.

조 감독은 이대호에게 고맙고도 미안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복귀해 본인 야구하기도 힘든데, 주장으로서 고생한 걸 안다. 주장은 알게 모르게 선수단을 챙겨야 하는 일이 많다.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베테랑 이대호도 이제 마음 편히 야구를 할 때가 왔다. 특히, 올해는 동갑내기 친구이던 최준석과 이우민이 팀을 떠날 전망이다. 든든한 지원군들이 없는 상황에서 주장 역할을 하는 게 더 힘들다. 조 감독도 이를 걱정하지 않은 게 아니다. 다른 주장 후보를 찾았다. 2+1년 조건에 FA 계약을 잘 마친 문규현도 생각했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후배 사이 가교 역할을 잘하면서도, 때로는 후배들에게 엄한 선배로 내부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이대호 외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 감독은 주장이라면 평소 실력, 행동으로 신망이 두터워질 수 있는 선수가 맡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있다. 조 감독은 "시즌 중에 어깨에 담이 와 팔을 올리지도 못하는 데도, 치료 받고 게임에 뛰겠다고 하더라. 내가 보면 이게 엄살인지, 아닌지를 알지 않나. 나는 코치들에게 2경기 정도 쉬어주라고 지시를 했는데, 선수가 뛰겠다고 한 경우가 많았다. 책임감이 매우 강한 선수다. 선배가 이렇게 책임감을 보이면, 후배들도 그 모습을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롯데는 캡틴 이대호와 함께 지난해 기적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올해는 강민호가 빠져나갔지만, 민병헌과 채태인이 합류하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롯데인데, 그 어느 시즌보다 주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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