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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정운찬 KBO 총재는 지난달 3일 취임식에서 프로야구 '산업화'를 자신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KBO.com의 모델로 언급되는 MLB.com은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서비스가 본격화된 1995년 출범했다. 처음 도메인 명칭은 'www.MajorLegueBaseball.com'이었다. 당시 홈페이지의 기능은 단순했다. 각 구단과 선수들의 성적 및 사진, 역사를 소개하고 문자 중계를 통해 경기 소식을 알리는 정도의 서비스를 수행했다. 구단들은 각자의 홈페이지에서 티켓과 상품을 파는 등의 마케팅을 하던 시절이었다.
돈버는 메이저리그를 강조했던 당시 버드 셀릭 커니셔너의 주도 하에 메이저리그사무국은 필라델피아의 한 로펌 소유로 돼있던 'MLB.com' 도메인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통합 마케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역시 통합 마케팅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각 구단간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뉴욕이나 시카고, LA, 보스턴 등 빅마켓 구단을 설득하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8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15년 연속 최고 매출액 경신을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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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의 수익은 뉴미디어 유료 가입자와 상품 라이센스 및 거래 수수료 등에 기반하며, 광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세계 메이저리그 팬들이 모이는 곳이다. 지난해 30개 구단 총매출액 100억달러 가운데 20억~30억달러가 MLB.com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BO 통합 마케팅의 지향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MLB.com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힘들다. 한국적인 특징 때문에 몇몇 분야에서는 방법론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드넓은 미국은 TV를 통해 메이저리그 전경기를 볼 수 없다. LA에 사는 뉴욕 양키스 팬이 양키스 경기를 보려면 MLB.com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전국을 커버하는 TV 중계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KBOP 류대환 대표이사는 "한국식 닷컴은 미국의 MLB.com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뉴미디어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시차가 있고 땅이 넓다. TV가 전국적 기능이 안된다. 한국은 시차가 없고 케이블 등을 통해 전경기를 다 볼 수 있다. 그게 차이점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모든 기능을 다 누릴 수 있다"면서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KBOP는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통합 마케팅의 방법론을 고민하기로 했다. 또한 KBOP와 각 구단 관계자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적 통합 마케팅을 연구해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모든 것이 KBOP 뜻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난관은 있다. KBO리그는 구단마다 시장 규모가 다르고 모기업의 성향도 다르다. 기존 투입한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이후 통합 마케팅이 거론될 때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이같은 구단간 이해관계였다. 구단 몫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야할 중계권과도 관련이 있다. 10개 구단이 모두 모여야 한다.
구단 '하나'가 할 것을 '열'이 모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한다면 획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티켓 1장, 저지 1벌을 파는데 들어가는 단위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규모의 경제다. 티켓팅 및 상품 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공정을 기하면 품질과 가격도 보장받을 수 있다. 구단들은 해당 업체들과 매년 스트레스 받아가며 협상을 벌일 필요가 없다. 다행히 이같은 통합 마케팅의 필요성을 구단들도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
KBOP가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방법을 찾고 기술적 시스템을 완성하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MLB.com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걸릴 것이다. KBO와 KBOP가 한국적 통합 마케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단들과 뜻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