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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의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투구였을까.
어깨 수술 후 지난 시즌 복귀했지만,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다시 맞이하기에 의미가 또 다른 첫 투구였다. 특히, 5선발 자리는 보장을 받았지만 팀 내 여러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내줄 수 있어 초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
그러니 제구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정타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제구에 신경쓰다보니 오히려 스스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볼넷을 5개나 내준 이유다. 이전까지 류현진이 한 경기 내준 최다 볼넷은 6개였다. 스트라이크 자체를 많이 던지지 못했다. 75구 중 볼 판정을 받은 공이 무려 35개였다.
2사 후 집중력을 잃은 것도 아쉬웠다. 1회말 2사 후 상대 중심타선에 연속 2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2회에도 실점은 없었지만 2사 후 8번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늘어났다. 4회에도 병살로 2사를 만들어놓고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고, 결국 강판됐다. 이닝 중에서도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6-3으로 앞서던 경기도 9회말 마무리 켄리 젠슨의 동점 스리런포 허용에 이어, 연장 15회말 7대8 끝내기 패배를 당해 충격이 몇 배였다. 자신의 등판 경기에 팀은 힘만 모두 쓰고 패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모처럼 만에 선발, 그리고 원정 경기였기에 많이 긴장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투구 내용을 냉정히 살펴보면 긴장 문제를 넘어 상대를 압도하던 이전의 모습을 잃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진이 승리를 하려면, 이제는 구위가 아닌 완벽한 제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등판하는 매경기마다 완벽한 제구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날 첫 등판이 류현진의 새 시즌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과연 괴물같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로테이션대로라면 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즌 첫 승 도전에 나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