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어젯밤이야기] 김진욱 감독, 유한준에 왜 희생번트 지시 안했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11 07:37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가 20대8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김진욱 감독의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31/

"희생번트? 1%도 생각하지 않았다."

KT 위즈는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터진 유한준의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5대4로 신승했다. 상대 선발 이재학의 구위에 밀려, 무기력한 패배를 당할 뻔 했지만 올시즌 KT가 달라진 게 뭔지 보여준 경기였다. 심우준이 터뜨린 추격의 투런포,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류희운-김재윤 계투들의 호투가 동료들을 깨웠다. 홈런을 친 유한준은 "후배들이 저렇게 해주는데, 형들도 뭐라도 해보자고 했다"며 홈런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경기 후 3루측 KT 덕아웃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김진욱 감독의 강공 선택이다. 2-4 2점차로 밀리던 9회. 무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타석에는 유한준이었고, 뒤에는 타격감이 좋은 윤석민과 박경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리대로라면 희생번트를 대고, 일단 동점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안전하게 동점을 만들고, 이후 역전을 노리는 게 우리가 그동안 보던 야구였다.

유한준의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유한준은 외국인 타자들이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최형우(KIA 타이거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 '번트는 절대 없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주는 거포 유형의 타자도 아니다. 컨택트 능력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다. 만약, 번트 작전을 지시했다면 충분히 수행 가능한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유한준은 번트 모션 하나 없이 파울 2개를 날리며 2S로 몰렸다. 하마터면 불리한 볼카운트 속 주자 진루도 못시키고 아웃돼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 했다. 다행히 불리한 볼카운트 속에서도 극적인 홈런이 나와 KT에는 해피엔딩이 됐다.

이 선택에 대한 김 감독의 의중이 궁금했다. 경기 후 만난 김 감독은 "희생번트? 그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우리 중심 타선에 힘이 생겼다. 정말 번트를 대야하는 순간이 있고, 또 번트를 대는 게 맞는 선수들이 있는데 유한준의 경우는 아니었다. 우리 5번타자 아닌가. 중심타자들에게 번트를 대는 건 웬만해서는 하지 않겠다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선수들에게도 말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점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 장타력의 힘으로 한 번에 역전을 시키고 싶었다. 만약, 2S이라고 해서 유한준이 소극적인 스윙을 했다면 경기 후 분명히 선수와 대화를 나웠을 것이다. 중심타자들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려야 한다. 이 경기를 내줘도 좋다는 마음으로 강공 지시를 했다. 지난해 같았으면 어떻게든 이기려 번트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 한 경기로 우리 팀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바꿔놓은 KT는 올시즌 팀 홈런 27개로 29개의 SK 와이번스에 이어 2위다.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채종범 타격코치가 자신있는 스윙에 대해 선수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 모습이 보기 좋다"고 밝혔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