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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날 몸져누운 사직구장, 새 부산시장은 약속 지킬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6-15 06:30


◇지난 5월 19일 두산-롯데전이 펼쳐진 부산 사직구장의 모습.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난 13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역사가 뒤바뀌었다.

민선 최초로 민주당계 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앞서 세 번이나 고배를 들었던 오거돈 당선인이 주인공. 오는 7월 1일부터 부산시장직을 맡는 오 당선인이 이끌어갈 부산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날 부산 야구의 중심인 사직구장은 몸살을 앓았다. 중앙 출입구, 관중석을 오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영남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와 연장 11회 혈투 끝에 이대호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챙겼다. 오후 11시가 넘도록 경기를 지켜보다 귀가하던 팬 중 일부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직구장은 '야구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지상 최대 야외 노래방', '구도 부산의 심장' 등 수많은 타이틀이 붙는다. 만원 관중이 소리높여 부르는 '떼창'은 해외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다.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곳곳에 균열이 생긴 상처투성이다.

사직구장의 현실은 '라이벌' 삼성와 비교하면 더 초라해 보인다. 삼성은 지난 2016년부터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를 쓰고 있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대구시민구장은 사직구장과 더불어 '전국 최악의 야구장' 중 한 곳으로 꼽혔다. 대구시와 삼성의 공동 투자로 지어진 라팍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인천 SK행복드림구장과 더불어 최고의 경기장으로 자리 잡았다. '영남 최고' 타이틀을 가져간 것은 당연지사다.

부산 토박이인 오 당선인도 이런 사직구장의 실상을 잘 알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5월 31일 '사직구장 미래, 부산시장 후보에 물었다'를 통해 오 당선인의 비전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오 당선인은 "롯데 경기는 저녁 식사, 차량 이동 중에도 챙길 정도"라며 '골수팬'을 자처했다. 그는 "매년 바쁘지 않은 휴일 한 두 차례 가족들과 사직구장에 '직관'을 갔다"며 "최근 한 팬이 '부산을 살리는 4번 타자가 되달라'고 말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사직구장 이슈를 두고는 "개폐형 돔구장은 입지, 재원조달 계획이 수립되지 못해 당장 실현이 어렵다. 국비, 시비, 민자 유치 등 1800억원의 예산을 토대로 개방형으로 조속한 재건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민자유치와 투자비 회수, 운영비 조달의 면밀한 검토, 북항 재개발, 2030 엑스포 시설 활용과 연계해 입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 이런 비전을 제시한게 오 당선인이 처음은 아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겹게 반복됐던 레퍼토리다. 국회의원, 시장 후보들이 노후된 사직구장 개선 공약을 내걸고 구원 투수를 자처했다. 그러나 선거철이 끝나면 공수표가 되기 일쑤였다. 공약 이행에 대한 목소리엔 '우선 현안', '지역 균형' 등을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새 야구장'을 향한 시민, 팬들의 바람은 '불신'으로 바뀐지 오래다.

오 당선인의 개방형 야구장 비전은 상대 후보였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돔구장 신축'안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 시장은 공청회 등을 거쳐 돔구장 신축을 구체화할 계획이었다. 서 시장을 누르고 대권을 차지한 오 당선인은 과연 임기를 시작하며 비전을 현실화 시킬까. 이번만큼은 공수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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