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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역사가 뒤바뀌었다.
사직구장은 '야구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지상 최대 야외 노래방', '구도 부산의 심장' 등 수많은 타이틀이 붙는다. 만원 관중이 소리높여 부르는 '떼창'은 해외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다.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곳곳에 균열이 생긴 상처투성이다.
사직구장의 현실은 '라이벌' 삼성와 비교하면 더 초라해 보인다. 삼성은 지난 2016년부터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를 쓰고 있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대구시민구장은 사직구장과 더불어 '전국 최악의 야구장' 중 한 곳으로 꼽혔다. 대구시와 삼성의 공동 투자로 지어진 라팍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인천 SK행복드림구장과 더불어 최고의 경기장으로 자리 잡았다. '영남 최고' 타이틀을 가져간 것은 당연지사다.
사실 이런 비전을 제시한게 오 당선인이 처음은 아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겹게 반복됐던 레퍼토리다. 국회의원, 시장 후보들이 노후된 사직구장 개선 공약을 내걸고 구원 투수를 자처했다. 그러나 선거철이 끝나면 공수표가 되기 일쑤였다. 공약 이행에 대한 목소리엔 '우선 현안', '지역 균형' 등을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새 야구장'을 향한 시민, 팬들의 바람은 '불신'으로 바뀐지 오래다.
오 당선인의 개방형 야구장 비전은 상대 후보였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돔구장 신축'안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 시장은 공청회 등을 거쳐 돔구장 신축을 구체화할 계획이었다. 서 시장을 누르고 대권을 차지한 오 당선인은 과연 임기를 시작하며 비전을 현실화 시킬까. 이번만큼은 공수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