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붕괴'가 공통된 의견이다. 시즌 초반 7연패 뒤 잠시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이내 주저 앉았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5.35로 10개팀 중 7위지만 선발승(17승)은 NC 다이노스(13승)에 이은 최소 2위다. 경기당 선발투수 평균 이닝 소화수(5이닝) 역시 NC(4⅔이닝)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반면 구원승(20승)은 한화 이글스(25승)에 이은 최다 2위, 경기당 불펜 소화 이닝 수(3⅔이닝)는 NC와 함께 공동 1위다. 선발진이 일찌감치 무너지고 불펜이 버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볼 만하다.
불펜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시즌 초반 맹활약했던 진명호와 오현택이 체력부담 가중 속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구승민, 윤길현이 대체자 역할을 했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기 대약진의 중심이었던 박진형-조정훈은 각각 부상, 부진으로 기대치가 사라진 상황. 필승조-추격조 구분이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팀 타율 4위(2할8푼7리), 최다 홈런 2위(113개)의 타선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으나 불안한 마운드 탓에 리드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승부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접전 상황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지켜줄 '수호신'의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롯데에게 마무리 투수 손승락의 활약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승락은 올 시즌 31경기서 1승4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이 5.28이다. 사실 올 시즌 행보를 보면 손승락마저도 불안하다. 5월 29일부터 6월 30일까지 5차례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무리 경험이나 팀내 상징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따져보면 손승락을 대처할 만한 새 마무리 투수를 찾기도 어려운게 롯데의 현실이다.
손승락은 지난 6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팀이 11-9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2사 만루에서 강백호를 낫아웃 삼진 처리하며 임무를 마쳤지만 내용 면에선 물음표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8일 KT전에서는 10-5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언터쳐블급' 구위라고 볼 순 없었지만 노련하게 타자들을 상대하는 경험을 앞세워 서서히 흐름을 찾아가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우리팀 마무리 투수는 손승락"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롯데를 지켜줄 손승락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