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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살 수 있는 길, 거물급 선수들이 나서는 것 뿐이다.
선수협은 내달 초 열릴 워크숍에서는 어떻게든 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회장이 되는 순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하는 '총알받이'가 되기 싫다는 선수들의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대표하는 회장 없이 협회가 존립하는 이유는 없다. 그저, 자신들의 금전 문제에 불리한 일이 생길 때만 사무총장을 앞세워 불만 표출을 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처우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대표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협 회장을 하면 소속팀과의 관계에서 소홀해질 수 있고, 욕만 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모두가 이 자리를 꺼리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간판급 선수들이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로서의 명성과 입지가 있으면서, 많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지난 두 시즌 물밑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선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김태균(한화 이글스)도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 김태균과 같은 팀 정근우 역시 리더십이 있다. 세 사람은 1982년생으로 이제 리그 최고참급에 속한다. 이 외에 박용택(LG, 현재 FA 신분) 이택근(넥센 히어로즈) 최형우(KIA) 등도 팀 안팎으로 신망을 받는 선수들이다.
아니면, 꼭 고참급이 아니어도 중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는 것도 방법이다. 양현종(KIA)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병호(넥센) 김현수(LG) 김광현 최 정(이상 SK 와이번스, 최 정은 FA 신분) 오재원(두산 베어스) 등이 각 팀 간판으로서 부와 명예를 얻은 이들이다. 이 선수들이 선수협 회장을 맡는다 해도 선-후배들이 반대표를 던질 리 없다. 가교 역할을 더 잘해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선수들이 스스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니면 실질적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돈이든, 아니면 차후 계약에서 불리함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이든 머리를 짜내면 길이 생긴다.
이렇게 '회장 정말 하기 싫다'는 인상을 주는 선수협인데, 과연 각 구단과 팬들에게 존중받는 단체가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지금 난국을 타개하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간판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