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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1>]너도나도 탐내는 '서울팜', 얼마나 대단하길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1-16 17:10 | 최종수정 2019-01-17 07:30


서울고 시절 강백호.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들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새해 첫 만남이었다. 이날의 주요 논의 내용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전면 드래프트다. 3시간 넘는 장시간 회의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면 드래프트를 찬성하는 팀들과 반대하는 팀들은 거의 5대5로 팽팽하다. 찬성하는 팀들은 지방 구단들이 주축이고, 수도권 구단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쉽게 말해 '지역 팜(farm)'이 지나치게 약하거나, 지역권에 속한 학교 개수는 많지만 신생팀이나 전력이 부실한 팀들이 다수라 뽑을 만한 선수가 없는 경우다. 전면 드래프트를 찬성하는 A 구단 단장은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우리같은 경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차라리 1차 지명을 뽑지 않는 게 나을 정도였다. 같은 1차 지명 선수인데, 다른 팀들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연고권을 가지고 있는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같은 팀들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게 '베스트'다. 현재 이 3개 팀은 서울권을 공동 관리하되, 돌아가면서 1,2,3번 지명권을 가지고 1차 지명을 한다. 논의의 최대 핵심은 서울권 지명이다. 전면 드래프트에 찬성하는 팀들은 "서울에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고, 이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외친다. 서울 지역에 대해 3개팀 공동 관리가 아닌 분리 방식으로의 변경, 2차 상위 라운드 지명 방식 조정, 1차지명을 서울에 한해 한 학교 1명 제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구 인재의 수도권, 특히 서울 집중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란 말이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서울 쏠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오고,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로 온다.

서울 쏠림 현상, 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과 지방 간 선수풀과 수준 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서울 집중 현상 뒤에는 유망 선수 싹쓸이 스카우트가 있다. 동문회의 지원 등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서울 명문 학교들은 지방 유망주들을 일찌감치 스카우트 한다. 프로구단 한 스카우트는 "지방 유망주를 서울 팀으로 스카우트 하는 일은 이미 한참 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일이다. 뒷 돈을 주고 데려오기도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인프라가 좋은 서울에 데려가 야구를 시켜주는데다 돈까지 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유력 고교는 특수 관계인 중학교와 연계해 지방 꿈나무들을 입도선매 하기도 한다.


휘문고 시절 이정후 연합


비교할 수 없는 교육 인프라의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고, 취업과 진학 시장도 넓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서울은 인스트럭터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방과 후 프로스타 출신들이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과외를 받기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진로 선택의 폭도 넓다. 프로 구단 관계자는 "프로 스카우트들은 아무래도 선수가 많아 야구를 잘 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 학교를 자주 가보게 된다. 수도권에 많이 몰려있는 대학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지명 확률이나 진학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가 몰리고 그 안에서 특성화 경쟁이 이뤄진다. 기량 발전의 속도 차가 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고교팀 중 서울에는 16개 팀이 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인프라가 좋은 명문학교들이 집중돼 있다. 한 스카우트는 "서울 명문 팀 하나에 뽑을 선수들이 꽤 많은 반면 단 한명도 뽑을 선수가 없는 지방 고교도 많다"고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을 지적했다.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단지 기계적 숫자로 이야기 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덕수고 시절 한주성.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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