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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홈런 포함, 24안타 23득점.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one team'
비상에 필요한 것은 적당한 바람, 그리고 현재 뿐이다.
류시화 시인의 책 제목을 보드에 적은 사람은 사령탑 양상문 감독. "지나간 과거는 잊고 오늘 현재에 집중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선발에 도전하는 3년 차 롯데의 미래가 이 뜻을 새기고 마운드에 오르기를 내심 바랐다. 어제의 무시무시했던 삼성 타선을 잊기 바랐다. 홈런이나 안타를 내주면 어쩌나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운 상상을 잠시 접어두길 바랐다. 오직 마운드에 서있는 이 순간부터 달라질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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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어제의 기억을, 잠시 뒤에 벌어질지 모를 두려움을 차마 떨치지 못했다. 몸이 경직되고, 어깨가 굳었다. 공이 마음먹은 대로 뿌려지지 못했다. 존을 크게 벗어났다. 21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는 단 6개.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볼넷 3개에 폭투 1개만이 기록됐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윤성빈은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덕아웃에서도 아쉬움과 자책의 시간이 이어졌다.
실패가 트라우마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실패는 그저 교훈이 돼야 한다. 실패는 숙명이다. 누구나 실패한다. 현재 정상에 우뚝 선 선수들도 예외 없이 실패의 밑거름 속에 성장했다.
실패는 피하려고 노력해야 할 대상일 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실패는 우리 인생의, 그리고 그 축소판인 스포츠의 필연적 동반자다.
그 누구든 처음부터 만화처럼 잘 할 수 없다. 실패의 소중한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조금씩 채워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면 된다. 부끄러워할 일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일 뿐이다.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 모두는 실패에 관한 한 시시포스다. 절망스러울 만큼 다시 밀어 올리고 또 올려야 한다.
대가 없는 노력은 없다. 답답하리 만큼 지루한 노력의 끝자락에서 느닷없는 기적을 만난다.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 꿈꿔왔던 창공에서 유려하게 비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날 3회 홈런 2방에 무너진 4선발 장시환도,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삼성 타선을 상대로 대량실점을 한 불펜 이인복도 고개를 떨굴 필요는 없다.
정상을 향해 절벽을 오르는 자는 아래를 내려다 보지 않는다. 두려움이 생기면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날아가는 새는 돌아보지 않는다. 고개를 떨구지도 않는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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