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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해설이었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아들 이성곤(27·삼성 외야수)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생방송에서 였다.
깜짝 활약중인 박계범 송준석 케이스 처럼 콜업된 당일 곧바로 라인업에 포함됐다. 8번 지명타자. SK 잠수함 박종훈 공략을 위한 맞춤 출전이었다.
이순철 위원은 KBO 이승엽 홍보대사와 함께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다.
이성곤은 강민호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2루에 첫 타석에 섰다. 방금 터진 강민호의 2루타에 대한 화기애애 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순철 위원이 경기 전 강민호의 손을 잡고 기를 불어넣어 준 직후 첫 적시 2루타가 터졌다는 환담이 오갔다.
이성곤이 타석에 섰고 '오늘 1군 무대에 올라왔다'는 캐스터의 소개가 이어졌다. "스윙을 힘차게 돌린다"는 이승엽 위원의 언급도 있었다.
그 순간, 이순철 위원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성곤이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의 '침묵 모드'는 이성곤의 타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풀렸다.
과거 이순철 위원은 '아들 출전 경기에 어떻게 해설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 순간 걔는 내 아들이 아니"라며 객관적이고 프로페셔널 한 전문 해설을 다짐했다. 하지만 겨우내 캠프를 거쳐 1군 무대 첫 타석에 선 아들을 지켜 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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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은 "물론 모든 선수가 박종훈 투수의 궤적에 타이밍을 잡는 걸 어려워 한다. 그렇지만 앞선 송준석 선수는 커트커트가 되지 않나. 이성곤 선수는 다 늦는다.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진 듯 이승엽 위원이 "조금 더 유연성 있게 치면 어떨까 싶다. 딱딱하기 보다는, 너무 쪼여서 치기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치면 괜찮을 거 같다"는 미래지향적 덕담으로 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아들을 향한 이순철 위원의 '독설 해설'. 사적인 관계를 뛰어 넘은 투철한 직업 의식을 보여준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큰 가능성을 품은 아들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길 바라는 엄한 아버지의 아프도록 속깊은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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