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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6천도 못 채운 대표팀, 이게 결국 한국 야구 현주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11-07 01:06 | 최종수정 2019-11-07 05:20


2019 WBSC 프리미어 12 서울 예선 라운드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경기에 앞서 양팀 선수들이 국민의례에 임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1.06/

[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드림팀'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풍경이었다.

프리미어12 2연패 및 2020 도쿄올림픽행을 위해 김경문호가 첫발을 내디딘 6일 고척스카이돔. 경기장 곳곳엔 한눈에 봐도 빈 자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야구 대표팀 더그아웃이 위치한 1루 방향 외야 관중석엔 KBO리그 각 팀 응원단장들이 주도하는 응원전이 신명나게 펼쳐졌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때나 포스트시즌처럼 그라운드를 녹일 듯한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KBO가 발표한 호주전 공식 관중 수는 5899명. 올 시즌 KBO리그 평균(1만119명)은 고사하고 관중 동원 최하위였던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당 평균(6304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KBO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한팀을 모였지만, 팬심은 모이지 않았다.

야구계는 이번 대회 관중 동원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포스트시즌 내내 전광판, TV 광고를 통해 프리미어12 일정을 전하고 성원을 당부했다. 대표팀 역시 선수-코칭스태프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은 팬들이 예선전이 펼쳐질 고척돔을 메워달라는 뜻을 드러냈다. 첫 날 관중 동원 기록을 보면 이런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관중 동원에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예선전 개최 시기가 첫 손에 꼽힌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저녁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평일, 그것도 KBO리그 경기보다 30분 늦은 오후 7시에 개최되는 일정에 부담을 느낀 듯 하다. 잠실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고척돔의 입지도 지적된다.

대표팀 경기가 KBO리그에 비해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30년 넘는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우리 팀', '내팀'이라는 인식이 강한 프로팀과 달리 '이벤트성'이 짙은 대표팀은 주목을 끌기 쉽지 않다는 것. 대표팀의 인기가 프리미어리그(EPL) 팀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조차 출신에 따라 색깔이 나뉘는 스페인 등 지역 기반이 강한 유럽 축구의 예를 보면 이런 분석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저조한 인기를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마다 반복되는 판정 시비, 선수들의 일탈에 이어 최근엔 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진흙탕 싸움까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야구 시장과 그에 발맞춰 높아진 팬들의 시선과 달리 여전히 야구 문화는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베이징 금빛 환희'의 향수가 짙은 올림픽 무대를 향한 재도전, 이를 위해 11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 KBO리그 원투펀치 양현종-김광현의 출격 등 화제 만발의 대표팀이지만, 첫날의 미지근한 열기는 800만 관중 달성 실패로 대변되는 '한국 야구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예선 첫 승을 거둔 김경문호는 캐나다, 쿠바를 넘어 일본으로 건너가 또다시 '숙명의 한-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다. '흥행 보증수표'인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대표팀을 향한 열기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선 첫날부터 곳곳이 빈 관중석이 무엇을 시사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열기는 또다시 빠르게 식을 것이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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