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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6경기 연속 장타를 날리며 완전히 살아났다. '7번 타순 고정'이 부활의 열쇠였다. 이정후가 하위타선에서 부활하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후반기 첫 2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3번타자로 나왔던 이정후는 올해 계속 타순 조정을 받았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감이 좋으면 좋다는 이유로, 나쁘면 나쁘다는 이유로 계속 타순을 변경했다. 이정후는 이에 따라 리드오프부터 7번타순까지 모두 맡아봤다. 8번, 9번으로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멜빈 감독의 실험은 드디어 8월 들어 결실을 맺었다. 이정후가 7번 타순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 올해 이정후는 7번 타자로 15경기에 나와 타율 0.346(52타수 18안타)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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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가장 중요한 때에 장타가 터졌다.
이정후는 앞선 세 타석(2회초, 4회초, 7회초)에서는 모두 범타에 그쳤다.
2회초 1사 후 첫 타석에서는 피츠버그 좌완선발 앤드류 히니를 상대로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풀카운트에서 6구째 몸쪽 91.1마일짜리 포심패스트볼에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타구는 배트손잡이 쪽에 치우쳐 맞으며 강하게 뻗지 못하고 2루수 앞으로 힘없이 굴렀다. 이정후는 1루까지 전력 질주했지만, 피츠버그 2루수 닉 곤잘레스의 송구가 더 빨랐다.
이어 4회초 선두타자 엔카나시온의 동점 솔로포 이후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또 땅볼 아웃에 그쳤다. 역시 히니를 상대한 이정후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바깥쪽 높은 포심(91마일)을 밀어쳤지만, 3루수의 넓은 수비범위에 걸린 끝에 1루에서 아웃당했다.
7회초 1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는 피츠버그 불펜 투수 카르멘 모진스키를 상대로 초구 강속구를 노려쳤지만, 파울에 그쳤다. 2구째로 들어온 뚝 떨어지는 커브에 타이밍을 뺐겼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며 툭 갔다댔지만,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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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필승불펜 데니스 산타나를 상대한 이정후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한복판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87.8마일)을 기술적으로 받아쳤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타격하는 순간 왼손을 놓으며 오른팔로 스윙을 끝까지 이어갔다. 결국 타구는 1, 2루간을 가르고 우측 외야 깊숙한 곳까지 흘러나갔다. 이정후는 여유있게 2루를 밟으며 역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정후의 시즌 27번째 2루타였다. 이로써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최다 2루타 부문에서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만든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멜빈 감독은 크리스티안 코스 타석 때 대타 도미닉 스미스를 투입했다. 스미스도 산타나를 상대로 우전 적시 2루타를 날려 이정후를 홈에 불러들였다. 이정후가 득점하며 샌프란시스코가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계속된 1사 2루에서 패트릭 베일리의 우전 적시타까지 나오며 4-2를 만들었고, 9회말 피츠버그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그대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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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결승득점을 앞세워 4대2로 승리하며 8월 들어 두 번째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뉴욕 메츠를 상대로 2승1패를 기록했고, 피츠버그와의 인터리그 원정 3연전에서도 1패 뒤 2연승을 기록하며 승률 0.504(58승57패)를 찍었다.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확률은 9.8%까지 올라왔다. 와일드카드 경쟁 승차를 5경기까지 줄였다.
이정후는 7번으로 고정된 8월 들어 최고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6연속 장타쇼를 펼치며 8월 6경기에서 무려 타율 0.417(24타수 10안타)를 찍고 있다. 특히 10개의 안타 중 무려 6개가 2루타 이상 장타다. 2루타 5개, 3루타 1개다.
덕분에 8월 장타율이 무려 0.708에 달한다. 출루율도 0.462를 찍었다. OPS는 1.170이나 된다. 이러한 뜨거운 상승세가 팀의 반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7번 타순 고정의 놀라운 효과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