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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가족들에게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거기를 가야 돼?' 이런 반응도 있었다."
좌완 투수 터커 데이비슨은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총액 95만 달러(약 13억원) 오퍼를 받았다. 데이비슨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을 뛰었지만, 95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 투수다. KBO리그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두려운 곳이기도 했다.
데이비슨은 롯데와 계약할 당시를 떠올리며 "진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리그에서 오퍼가 왔기도 했고 가족들에게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거기를 가야 돼?' 이런 반응도 있었다"고 했다.
5월까지 데이비슨은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12경기에서 6승1패, 69⅔이닝, 65탈삼진,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재계약도 기대하게 할 만했다.
그런데 6월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6월과 7월 9경기에서 3승4패, 47⅔이닝, 50탈삼진, 평균자책점 5.66에 머물렀다. 5이닝이 한계라 '5무원'이라 불릴 정도로 갈수록 이닝이터 능력이 떨어졌고, 교체설이 최근까지 계속 흘러나왔다.
데이비슨은 6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다. 6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7대1 승리를 이끌었다.
데이비슨은 8월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잔류 희망을 키우나 했는데, 구단은 이미 이날 투구 결과와 상관없이 결별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데이비슨이 등판을 마친 직후 구단은 방출을 통보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김태형 롯데 감독과 마지막 면담이 이어졌다.
데이비슨은 덤덤히 결별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그렇게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롯데가 플레이오프를 바라고 있고, 챔피언십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내가 팀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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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은 "10승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내 커리어에서 사실 대학교 이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리그에 와서 10승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대했던 한국행이었지만, 지금은 데이비슨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도 롯데와 부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데이비슨의 가족은 이날 뜻하지 않게 롯데에서 마지막 경기를 직관한 뒤 방출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데이비슨은 "당연히 사람이라 슬플 수밖에 없다. 일단 이런 팀 동료들과 프런트들이 해줬던 모든 것들이 감사한 마음뿐이다. 가족들이 부산과 한국을 경험할 수 있게 내가 기회를 받은 것 같아서 더 감사하다"며 "롯데는 무조건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내가 새로운 리그에 도전하기도 했고, 진짜 거의 모든 동료들이 다가와 주고 나도 다가가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데이비슨의 고별전이었다. 마지막 경기를 정말 잘 던져 주며 유종의 미를 장식한 것 같다. 데이비슨의 전반기 활약으로 팀이 현재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좋은 워크에식과 실력을 갖춘 선수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다.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며 박수를 보냈다.
롯데 포수 유강남은 "데이비슨의 마지막 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포수인 내가 부족했던 점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삶도 응원하도록 하겠다"며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표현했다.
데이비슨은 다시 한국에서 뛸 날을 기대했다. 슬퍼도 롯데와는 해피엔딩이다.
그는 "휴대 전화를 꺼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쟁취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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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