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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은 SK 와이번스로 넘어왔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외부에 공개하면서 프리미어12에 출전중인 김광현에게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닝 소화다. 190⅓이닝을 던졌다. 지난 2010년 193⅔이닝 이후 9년 만에 190이닝을 넘겼다. 그리고 프리미어12에서도 여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투심과 느린 커브를 더해 직구와 슬라이더 중심의 단조로운 투 피치 투수라는 인식도 올 시즌 없앴다. 빠른 구속과 다양한 구종을 장착한 건강한 왼손 투수.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 김광현의 계약 상황이다. 김광현의 신분은 FA가 아니다. SK 소속 선수다. 김광현은 지난 2016시즌 후 SK와 4년간 총액 85억원의 FA 계약을 했다. 내년에 4년 계약을 채운다.
'내년까지 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2017시즌을 뛰지 못했다. 때문에 2021시즌까지 뛰어야 FA자격을 얻는다. 4년 계약의 마지막인 내년까지 뛴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선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올해와 다르지 않다.
결국 김광현의 조기진출에는 SK 구단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SK가 우승을 했다면 김광현을 보내주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SK는 정규시즌에서 88승을 거둬 공동 1위를 했지만, 두산과의 상대전적에 밀려 2위에 그쳤다. 그 여파로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연패를 당했다.
2019년의 아쉬움을 2020년 우승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에이스인 김광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광현은 에이스이기도 하지만 팀내에서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클럽하우스의 베테랑 중심선수다. 때문에 김광현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김광현으로선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로 나가야 한다. 내년이면 만 32세가 되는 김광현으로선 자신의 기량을 꽃피울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의 입장과 선수의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희망을 밝히면서 여론은 김광현의 꿈을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SK가 여러 이유를 들어 김광현을 1년 더 SK에서 뛰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팬들의 반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메이저리그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김광현이 내년시즌에도 올해처럼 잘 던진다는 보장도 없다.
SK는 예전부터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김광현과 만나 얘기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SK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단의 입장을 정하진 않았다"라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여러 각도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포스팅시스템도 SK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일단 한번 허락하면 2차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KBO와 MLB는 지난해 선수협정을 개정해 포스팅시스템을 바꿨다. 예전엔 입찰을 통해 MLB구단에서 이적료를 제시하면 그 중 가장 높은 액수를 제출한 구단이 독점 교섭권을 갖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MLB구단의 제시액에 따라 원 소속 구단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를 할 수 있는 2차 선택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어 현재는 그렇지 않다. 포스팅이 공시되면 선수와 MLB 구단이 30일 동안 자유롭게 협상을 한다. 이적료는 선수와 구단이 체결한 액수의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2500만 달러, 5000만 달러 등 기준 금액에 따라 일정 부분을 이적료로 주도록 했다. 예를 들어 2500만달러 이하일 경우엔 전체 보장액 중 20%를 이적료로 내야한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총액 2500만달러에 계약을 했다면 20%인 500만달러가 이적료가 된다. 액수가 커질 수록 이적료도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구단이 일단 한번 해외진출을 허락하면 선수의 최종 선택에 따라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올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김광현에게 프리미어12는 기회다. 수많은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자신의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다. 외국 타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그럴 경우 팬들의 지지는 더 높아지고 이는 곧 SK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전망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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