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기본'이 지배하는 한일전, '이승엽 8회 홈런'은 드라마일 뿐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11-18 08:42


'2019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1루 한국 김하성의 삼진 때 1루 주자 김상수가 오버런에 걸려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17/

7회초 등판한 일본 투수 카이노는 158㎞에 이르는 빠른 공과 포크볼을 앞세워 한국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1.17/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재일교포 야구평론가 장 훈씨는 지난 17일 TBS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날 열린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최종전인 한일전에 대해 "이런 긴장감 없는 경기는 처음 본다. 연습 경기 같은 느낌이었다. (중략)4,5년 만에 이런 서툰 한국팀을 처음 봤다. 수비가 엄청나게 서툴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한일간 대회 결승전 직전 내뱉은 독설이었다. 전날 한국은 일본에 8대10으로 패하는 과정에서 수비와 주루 미스가 속출했는데, 이를 꼬집은 것이다.

결승서도 한국은 사실 기본에서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점을 선취한 뒤 1회말 수비에서 상대 스즈키의 좌월 2루타에 대응한 좌익수 김현수의 펜스 플레이는 수준을 의심해야 할 정도다. 타구 자체 뿐 아니라 펜스를 맞은 뒤의 방향에 대한 판단 미스로 상대 1루주자가 홈까지 가도록 시간을 줬다.

2회말 2사 1루서 3루수 허경민은 기쿠치의 짧은 바운드를 처리하지 못하고 내야안타를 내줘 다음 타자 야마다의 역전 홈런까지 연결되는 빌미를 허용했다. 9회초 박병호의 짧은 바운드를 깔끔하게 처리한 일본 3루수 도노사키의 플레이와 대비됐다.

김상수는 5회초 내야안타를 치고 나간 뒤 1사후 김하성의 삼진 때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으로 아웃됐다. 사인 미스든 판단 미스든, 김상수의 잘못이다. 앞서 김상수가 4회말 2사 1,2루서 마루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터라 더 아쉬웠다. 장 훈씨가 결승전 직후 또 인터뷰를 했다면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박병호 김재환 양의지 등 한국 중심타선의 컨디션을 탓해야 하겠지만,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와 능수능란한 볼배합 또한 혀를 내두르게 했다. 선발 야마구치를 제외한 6명의 불펜투수들은 제구와 스피드, 볼배합, 경기운영에서 부러울 따름이었다. 특히 7회 카이노와 8회 야마모토는 150㎞대 중후반의 직구와 140㎞ 포크볼을 송곳 제구력으로 뿌려대며 한국 타자들을 농락했다.

한국은 이틀 연속 일본에 '기본'에서 졌다. 수비, 주루, 제구는 야구의 기본이다. 기본은 하루 아침에 얻어질 수 없는 것이며, 개인의 기본이 모여 한 팀, 한 리그의 수준이 결정된다. 오랜 기간 축적된 일본 야구의 탄탄함을 한국이 깨트리는 건 '확률'이 동반되지 않는 한 힘들다고 봐야 한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한일간 야구 실력은 기본에서 갈라진 측면이 크다.

NC 다이노스 이호준 코치는 지난해 7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연수를 밟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아 잠시 귀국해 문학구장을 찾았다. 당시 그는 취재진과 만나 "일본 선수들은 2군인데도 공끝이 다르다. 직접 보니 실력이 정말 좋더라. 기본기가 아주 잘 돼있는 것 같고, 하루도 안빼고 기본적인 것들을 한다. 수비 연습을 할 때도 실전처럼 하고 실수를 하면 무척 신경쓴다. 타격은 우리와 다를 게 없는데 투수와 수비쪽은 확실히 한 수 위다"고 했다. 요미우리 2군 선수들의 '기본'을 본 것이다. 장 훈씨와 이호준 코치의 지적이 다르지 않다.

일본을 상대로 구대성의 '완투승', 이승엽의 '8회 홈런', 이종범의 '역전 2루타' 등과 같은 드라마를 항상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확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쿄올림픽 야구는 6개국이 참가한다. 2개 리그로 나눠 조별 순위를 정한 뒤 패자부활전이 포함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우승 팀을 결정한다. 대회 특성상 주최국 일본과 2~3번은 만난다. 기본을 더 갈고닦지 않으면 올림픽에서 일본을 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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