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A 오지환이 요구하는 6년,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11-24 10:38


FA 유격수 오지환와 LG 트윈스와 협상이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FA 유격수 오지환과 LG 트윈스 구단간 협상이 힘겨워 보인다.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6년 제안했습니다. 더 이상의 추측은 그만"이라고 적었다. 원소속팀 LG 트윈스와의 협상에서 계약기간 6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다. LG는 4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연 오지환은 6년 계약을 보장받을 자질과 능력을 보여줬고, 가능성도 있는 것일까. 2000년 FA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계약기간 6년을 보장한 케이스는 단 두 번 뿐이다. 2003년 말 정수근이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할 때 6년 40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특급 FA에 대해 4년 계약이 자리잡아가던 시절 상당히 파격적인 계약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최 정이 SK 와이번스와 두 번째 FA 계약을 할 때 6년 106억원에 사인했다. 두 선수 모두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다.

계약 당시 정수근은 26세였다. 롯데는 발 빠르고 센스 넘치는 신체 건강한 젊은 외야수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 정은 지난해 계약할 때 나이가 31세였다. 최 정의 경우 적지 않은 나이지만, 14년 동안 최고 수준의 기량으로 구단을 대표해 온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이 크게 반영됐다. 체력 부담 때문이라면 SK는 최 정이 언젠가는 3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선수의 6년 계약에는 나름 합리성과 객관성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오지환은 1990년생으로 내년 30세가 된다. 총액이 변수가 되겠지만, LG는 6년 계약에 대해 난감을 표시하고 있다. 차 단장은 "우리가 제시한 4년 계약에 금액이면 나름 합리적이고 만족할 수준"이라며 "아마도 올해 FA들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FA시장에서 오지환을 톱클래스로 대우해 주겠다는 뜻이다. 앞서 차 단장은 오지환을 '자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지환을 잡아야 할 이유가 큰 LG다.

오지환 역시 LG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6년이라고 한 건 그만큼 LG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실력과 체력을 보장한다면 어느 구단이 6년 계약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그 실력이라는 걸 장기간 장담하기는 힘들다. 지난해까지 총 224건의 FA 계약 가운데 '4년 이상' 85건(2009~2010년 제외) 중 계약기간을 건강하게, 충실하게 채운 선수는 대략 '4분의 1' 정도다. 하물며 6년 계약의 위험도는 그 배가 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오지환은 일정 수준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다. 특히 수비의 경우 잔실수가 많으나, 그 폭과 송구력은 KBO리그 정상급 수준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타격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간혹 장타와 결정적인 안타를 날릴 만한 집중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6년 계약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반발력을 줄인 공인구 탓이지 몰라도 오지환은 타율(0.252), 출루율(0.339), 장타율(0.378) 등 세 부문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한 최근 3년간 삼진수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370개) 다음으로 많은 364개였다.

게다가 오지환의 시장 수요는 '제로'에 가깝다. 오지환 영입에 관심을 두는 구단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야진이 빈약한 한 구단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장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은 선수다. 그 돈을 들여 보상 선수를 주면서까지 데려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협상은 감정이 아닌 비즈니스다. 4년 계약이 일반화돼 있는 FA 시장에서 6년 계약을 주장하려면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협상에서는 말 이전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수치'가 전제돼야 설득력을 갖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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