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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매년 여름 일본 오사카 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일본고교야구대회'는 일본야구를 상징하는 대회이자,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자부심이다. 고시엔 대회 우승팀과 활약한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여름에 열리는 고시엔 대회는 일본 고교 야구팀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전국 4000개가 넘는 고등학교들이 토너먼트를 통해 자웅을 겨루고, 지역별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팀들만 여름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대단한 관심을 받는다.
고시엔은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여름에 열린 고시엔 대회가 101회였고, 내년이면 102회를 맞는다. 일본인들의 여름 고시엔에 대한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시엔 구장을 홈으로 쓰는 인기팀 한신 타이거즈도 대회 기간에는 홈을 비워줄만큼 상징성이 뚜렷한 대회다.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모두 문부과학성의 발언을 집중 주목했다. 28일 '산케이스포츠'는 "내년에 102회를 맞이하는 여름 고시엔의 생존에 관한 문부과학성의 발언에 파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물론 한여름에 열리는 고시엔 대회에 대한 '선수 혹사' 논란은 몇년전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여름 고시엔은 8월초에 시작된다. 일본은 열도 특유의 습도가 높은 기후적 특성을 지닌데다, 대회가 열리는 오사카 지역은 여름 폭염이 유명하다. 또 중요한 대회인만큼 '에이스'급 투수들이 연일 100구 가까이 혹사를 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투구수 제한 제도를 두기도 했다.
올해 대회에서도 세이료고교의 '에이스' 오쿠가와 야스노부가 연장 14회까지 혼자 165구를 던진 후 이틀 쉬고 또다시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 한 것이 화제였다. 이로 인해 폭염에 젊은 선수들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부과학상의 발언도 이런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아마야구 부상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투구수 제한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모두 규정을 적용 받는다.
결국 일본도 지난해 12월에서야 고시엔 대회에서 100구 이상 던진 투수는 다음날 등판이 불가하다는 규정을 세웠고, 올해 9월에는 한명의 투수가 일주일에 500구 이하 공을 던지게끔 하는 규정 변화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야구계는 이런 발언 자체로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장관의 발언에 놀랐다", "갑자기 그런 발언을 해서 놀랐다. 현장에서도 휴식일과 투구수 규정, 야간 경기 등 여러가지를 생각 중이다. 어떤 근거와 관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을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여름 고시엔'의 상징성이 흔들린 것 자체를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파문이 커지자 문부과학상은 대변인을 통해 "고시엔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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