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부상 때문에 은퇴 기로에 놓였던 투수조 최고참 윤석민(33)의 부활을 돕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난달 2차 드래프트를 위해 40인 명단이 10개 구단에 전해진 시점이었다. 당시 KIA 고위관계자는 "은퇴는 아직 아니다. 본인도 2015년 4년 90억원을 받은 뒤 1년밖에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더라. 특히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에서 윤석민이 부활할 수 있도록 믿어주기로 방침을 세웠다. 올 시즌 비록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최대한 재활을 도우면서 2~3년 안에 한 번이라도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기다린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윤석민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부활을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비 시즌 스프링캠프 직전 해외에서 개인훈련을 펼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훈련을 이어나가는 건 무리였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보강운동과 캐치볼이 전부였다. 불펜피칭을 자원해 공을 던졌지만,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귀국'이었다. 결국 2월 1일 스프링캠프가 막을 올린 뒤 9일 만에 짐을 싸야 했다.
올 시즌 '커리어 로우'를 피하지 못했다. 1군에 단 한 번도 등록하지 못했다. 2군 기록은 두 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4월 24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에 이어 4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그러나 이후 윤석민은 2군 마운드에서도 사라졌다. 결국 재활군에서 재활만 하다 시즌을 마감했다.
2016년 오른어깨 웃자람뼈 제거 수술을 받은 부위의 통증이 계속해서 몸과 정신을 괴롭혔다. 참는 방법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 다만 여전히 문제가 된 웃자람뼈가 다시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움이란 단어조차도 꺼내지 못했던 시즌의 막이 내려갔다. 맷 윌리엄스 체제로 바뀐 마무리훈련 캠프에서도 윤석민의 포지션은 재활군이었다. 이후 12월 구단은 윤석민에게 선택의 시간을 부여했다. 최저연봉을 제안했지만, 은퇴권유가 아니었다. 구단은 끝까지 윤석민이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려고 했다. 이후 윤석민은 장고에 돌입했다. 사실 윤석민 야구인생에서 더 이상 돈은 중요치 않았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만 살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윤석민은 이화원 KIA 대표이사와의 면담에서 '은퇴'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만류했지만 윤석민의 결정에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언제까지 자신만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KIA에서 풍부한 스토리를 쌓은 윤석민을 이대로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13일 다시 한 번 가진 면담에서 은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윤석민의 의지는 확고했다. 후배와 구단을 위해 용단을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윤석민은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활로 자리를 차지하기 보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게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윤석민의 마지막 인터뷰에는 팬에 대한 미안함과 그 동안 자신을 도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했다. 그는 "선수로 뛰면서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앞으로도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살겠다. 정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기회를 주시고 지도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 구단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KIA 역사를 보유한 또 한 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2005년 2차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KBO 통산 12시즌 동안 398경기에 등판, 77승(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1시즌에는 17승(5패) 1세이브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45, 승률 0.773를 기록하며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4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는 KBO 역사상 선동열 전 감독과 윤석민 뿐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